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새로운 품종의 과일을 내세우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과일 MD(상품기획자)가 농가를 찾아가 신품종 개발을 함께 연구하는가 하면 이를 업계 최초로 유통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들어 이색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진 데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타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상품으로 각 마트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겨울 복숭아, 속이 빨간 멜론, 껍질이 얇고 씨가 적은 수박 등 신품종 과일을 내놓고 있다. 최근 3년간 선보인 신품종 과일을 보면 지난 2022년 13개, 지난해 6개, 올해 9개 등이다. 이 중 절반가량은 단독 유통 상품이었다.
이달에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지역 농가와 협력해 일반 단감보다 두 배 이상 큰 신품종인 '감풍단감'을 단독으로 선보였다. 지난 2020년 첫선을 보인 '블랙위너수박'은 이제 여름철 롯데마트의 대표 상품이 됐다.
롯데마트가 종자 발굴부터 우수농가와 계약재배, 매장 판매를 아우른 단독 상품으로 과피(껍질)가 얇고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가 특징이다. 매년 인기가 높아져 올해 여름 매출은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단독 유통은 아니지만 겨울철 맛볼 수 있는 복숭아를 선보이기 위해 산지 전문가인 '로컬 MD'가 3년간 산지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3년 전만 해도 겨울 복숭아는 출하량이 적어 대형 유통사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담당 MD가 농가를 찾아 접촉해 지역 농협과 함께 선별 과정을 거쳐 상품화에 성공했다. 상품 포장 규격은 많은 소비자가 맛볼 수 있도록 2입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공수한 약 10여t(톤)의 겨울 복숭아는 출시 2주 만에 준비 물량이 완판됐다.
이마트 역시 과일 바이어들이 신품종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농가와 협력해 소량만 수확되던 겨울 복숭아를 지난해 일부 점포 테스트를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섰고 이른 봄에 맛볼 수 있는 금황을 비롯해 그린황도, 옐로그린, 도원 등 품종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겨울철 과일인 딸기를 7∼8월 여름에 즐길 수 있도록 선보였다. 금실 품종으로 스마트팜에서 인위적으로 겨울 날씨를 조성해 생산했다. 겨울에 파는 금실 딸기보다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여름에 단맛이 강한 딸기를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
한동안 큰 인기를 끈 샤인머스캣을 대체할 신품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과 지난해에는 바이어가 직접 다양한 산지를 돌며 신품종을 매입하고 연구하는 '이(e)-포도 연구소'를 가동했고 올해 '포도미식' 프로젝트를 통해 넥스트(Next) 샤인머스캣'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북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골드스위트', 루비 빛깔을 머금은 '루비로망', 껍질째 먹는 적포도인 '레드샤인' 등을 선보였다.
신품종 개발은 소비자의 흥미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과일 카테고리의 매출 규모를 키우고 농가의 판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이마트는 강조했다. 실제 이마트에서 지난 2022년 국산포도 매출은 샤인머스캣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해 약 두 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품종 상품화를 결정할 때는 고객들의 반응도 중요하고 지속 운영이 가능한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등도 고려한다"며 "농가들이 대개 신품종을 운영해 얻는 수익이 많지 않아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신품종을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농가와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도 옐로드림 천도복숭아, 도담 자두, 께오 망고 등 신품종 과일을 경쟁사보다 먼저 도입하며 고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올해 여름 선보인 크고 단단한 도담 자두는 100t 물량이 판매됐고, 지난해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옐로드림 천도복숭아의 올해 매출은 40% 늘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