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가 막혀서 늦었어요"…엘리베이터 개수에 희비 갈리는 단지들

입력 2024-11-18 10:10
수정 2024-11-18 10:11

주거시장에 ‘분초사회’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시간의 가성비, 일명 ‘시성비’를 따지는 현상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분초사회란 ‘모두가 분초를 다투며 살고 있다’는 의미로, 시간에 매기는 가치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시간 효율을 최적화하려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이 라인당 엘리베이터의 개수다. 엘리베이터 개수가 많을 수록 세대 진출입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생활의 편리함은 더 높일 수 있어서다.

실제 최근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엘리베이터 개수는 필수 체크 요소라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엘리베이터 한 개면 출퇴근 시간에는 매 층 마다 선다. 집 나오자마자 체증 시작인 셈”, “점검이라도 뜨는 날엔 고층 거주자들은 밖에 못 나올 것” 등 엘리베이터의 부족으로 야기될 불편함을 언급하면서 많은 엘리베이터는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필수 사항이라는 의견을 잇따라 내비쳤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2라인 2대’ ‘3라인 2대’ ‘4라인 3대’ 등으로 엘리베이터 개수를 갖춘 고층 아파트의 선호도도 커지는 양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수요자들의 니즈에 맞춰 고층 하이엔드 아파트를 슬로건으로 낸 분양 단지들은 고층 거주자들을 위해 설계 단계부터 여유 있는 엘리베이터 대수를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건축비 절감을 위해 엘리베이터 의무 설치 대수가 늘어나는 기준인 ‘30층’이 아닌 최고 29층으로 아파트를 설계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층수가 3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120m 이상인 건축물에는 승강기 중 1대 이상을 피난용 승강기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로 인한 건축비를 절감하기 위해 피난용 승강기 설치 의무를 피할 수 있는 최대 층수인 29층으로 짓는 사업장들이 생겨난 것이다.

2라인 엘리베이터 1대인 29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입주민들이 출퇴근 시간에 겪는 불편함도 불편함이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도적으로 29층으로 설계해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설치 안했을 수도 있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만약 화재나 점검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엔 큰 혼란이 있을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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