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콕 집어 "도움 필요하다"…美서 잘나가는 한국 회사 [이슈+]

입력 2024-11-18 13:41
수정 2024-11-18 14:33

조선업계에 미국 해군 함정 정비·수리·운영(MRO)과 잠수함, 군함 건조 등 굵직한 프로젝트 수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한국 조선업을 콕 집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연 20조원에 이르는 미국 함정 MRO 시장과 군함 수주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각국의 장성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잠수함 건조 시설을 둘러보는 등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MRO 수주 잇따라 성공
가장 잘나가는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3월 취역한 유콘함은 전장 206m, 전폭 29.6m로 배수량은 약 3만1000t이다. 한화오션은 이 함정을 내년 4월까지 수리해 미국 해군에 다시 인도한다. 수주액은 수백억원대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은 올해 인도양·태평양 등이 주 무대인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가 발주한 MRO 두 건을 모두 수주했다. 8월엔 한국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시라함의 MRO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업계에선 한국이 미국 함정 정비·건조 사업의 최고 파트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조선산업은 사실상 고사(枯死) 상태다. 한때 414개였던 미국 내 조선소는 21개로 줄었고, 지난해 수주한 선박은 단 두 척뿐이었다. 이 기간 전 세계 수주 선박 1910척의 0.01%다. 이마저도 지역을 오가는 작업선 건조가 대부분이다.

미 해군의 전함대수(219척)가 중국(234척)보다 적은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군함 건조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군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견제에 한국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긴밀한 협력’을 말한 것”이라며 “한·미의 조선 동맹은 갈수록 단단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함 잠수함도 기대군함 건조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군함은 현지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에 따라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야 군함을 수주할 수 있다. 한화는 이를 위해 필리조선소에 투자해 군함 건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미 해군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1468억달러(약 200조원)를 들여 55척의 함정(급유함, 구조선, 유도미사일함 등 모두 포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의 MRO 사업을 따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적극적으로 MRO 수주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잠수함 수주 기대도 높다. 잠수함 강자인 한화오션은 지난 14일 폴란드 야로스와프 지미안스키 해군총장 등 사우디아라비아 칠레 페루 에콰도르 등 5개국 19명의 잠수함 관련 군 관계자들이 거제사업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폴란드가 최근 추진 중인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세사르 마우리시오 하라미요 페루 잠수함 사령관 등 남미지역 군 관계자들과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HD현대중공업에도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페루 해군 등 잠수함 전문가 그룹 관계자들이 14일 방문했다.

각국 잠수함 전문가들이 한국 잠수함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HD현대그룹 측 설명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