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 모터쇼 주인공은 기아…첫 픽업트럭 '타스만' 선보여

입력 2024-11-18 14:12
수정 2024-11-18 17:21

중동 지역 대표 모터쇼인 ‘2024 제다 모터쇼’가 지난달 29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열렸다. 1978년부터 이어지는 ‘사우디 국제 모터쇼’의 후신인 제다 모터쇼에서 기아는 첫 픽업트럭 타스만을 공개했다. 중동에서는 주말이면 픽업트럭을 몰고 도시 밖 사막으로 나가 모래 언덕을 질주하는 ‘듄 배싱’이 유행하고 있다. 기아가 제다 모터쇼에서 타스만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배경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자동차기업은 제다 모터쇼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선보이며 경쟁에 나섰다. 아랍어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추가하는 등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461조원 픽업트럭 시장 ‘정조준’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제다에 자리 잡은 세계 최대 돔형 전시장 ‘슈퍼돔’. 지난달 29일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가리키자 축구장 5개 크기(3만4636㎡)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선 기아 부스에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처음 공개되는 기아의 첫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을 ‘직관’(직접 관람)하기 위해서다. 타스만의 실루엣이 뿌연 연기 사이로 나타나자 전 세계에서 온 400여 명의 기자와 유튜버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무대에 오른 송호성 기아 사장은 “타스만으로 글로벌 픽업트럭 시장을 뒤흔들 것(shake up)”이라고 했다.

부스 위치는 물론이고, 내놓은 신차로도 이날 제다 모터쇼의 주인공은 단연 기아였다. 기아는 18개 참가 기업 중 가장 큰 규모(1958㎡)로 차린 부스에 EV3·5·6·9 등 전기차와 K3·5, 스포티지, 쏘렌토 등 내연기관차를 타스만과 함께 전시했다.

호주 타스만해협에서 이름을 딴 타스만은 올해 창사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자체 개발한 1호 중형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 특성상 외부는 쏘렌토보다 크지만 실내는 스포티지와 비슷하다. 가솔린 2.5L 터보엔진을 8단 자동 변속기와 결합했다. 디젤 2.2L 터보엔진도 선택할 수 있다. 가솔린 기준 최고 출력은 281마력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하이럭스(235마력)보다 출력을 19% 이상 끌어올렸다. 기아는 타스만을 개발하기 위해 4년 넘는 기간에 1777종의 시험을 온·오프로드에서 1만8000번 이상 진행했다.

타스만의 전면부는 가로로 긴 비례감을 갖춘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로 강인한 인상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시원하게 트인 윈드실드(전방유리)와 곧게 선 리어 글라스(후방유리)로 타스만의 대담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헤드램프 등 기능적 요소와 결합한 펜더 디자인으로 독창성을 더했다. 후면부는 하단 범퍼 모서리에 적재 공간(베드)으로 올라갈 수 있는 코너 스텝을 적용했다. 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테일게이트 핸들, 보조 제동등, 스포일러를 매끄럽게 결합해 간결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기아는 탐험적이고 모험적인 고객이 마주할 다양한 상황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타스만을 디자인했다”며 “라이프스타일과 유틸리티의 조화를 이룬 타스만은 고객에게 항상 대담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겠다는 기아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픽업트럭 시장 규모는 2032년 3333억달러(약 461조원)로 올해(2185억달러·약 302조원) 대비 1.5배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으로 492만 대의 픽업트럭이 팔렸다.

◆제다 모터쇼 개막 30만 명 참석 전망제다 모터쇼는 1978년부터 이어지는 ‘사우디 국제 모터쇼’의 후신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제다와 리야드에서 매년 번갈아 여는 것으로 방침을 바꾼 뒤 개최지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있다.

올해 제다 모터쇼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세가 거셌다. 전체 참가 기업 중 절반(9개)이 BYD와 지리차 등 중국 브랜드였다. 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은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대형 전기 SUV U8을 전시장 입구에 전시했다. 대당 가격이 2억원이 넘는 프리미엄 모델이다. 비상시에는 요트 모드로 전환된다. 최대 30분간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수륙양용형 SUV다.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기술을 채택해 최대 100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BYD의 설명이다.


BYD는 메인 부스에 하이브리드카 친플러스 등 네 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조만간 한국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준중형 전기 SUV 아토3도 부스에 자리 잡았다. 아토3의 중동 현지 판매 가격은 13만9900리얄(약 5100만원)로 중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약 두 배에 달한다. BYD는 지난 5월 사우디 시장에 진출했다. 아직은 점유율이 낮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아랍어를 추가하는 등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 시장의 3%가량을 점유한 지리차는 대당 2800만원 안팎의 전기 SUV E5를 소개하는 미디어 행사를 구성했다. 부스에는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소형 SUV 쿨레이와 첫 전기세단 E8 등도 전시했다. 지리차는 2020년 사우디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5년간 딜러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다 모터쇼는 매년 전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제네바 등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전통 모터쇼가 정보기술(IT) 전시회 등에 밀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것과 반대다. 사우디 정부가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를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지원하는 것도 맞물렸다. 주최 측은 사우디 외에 두바이와 카타르 등 인근 중동국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했다.

자동차 수요 급증하는 중동…기아, 2030년 年 26만대 판매 목표
르노, 아르카나·그랑 콜레오스 등 신차 4종 선보여 집중관심 받아중동은 기아가 1975년 카타르에 브리사를 수출하며 첫발을 내디딘 뒤 50여 년째 브랜드 존재감과 고객 충성도를 견고히 구축한 핵심 시장이다. 기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모터쇼에서 타스만을 처음 공개한 배경이다.

기아 사우디판매법인(NMC)은 올해 3분기 누적 4만4561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3만4000대) 대비 31.9% 늘었다. 올해 연 5만 대 판매는 확실할 전망이다. 올해 기아가 사우디에서 판매한 상위 3개 차종은 페가스(1만2787대)와 셀토스(6815대), K5(4458대)다. 소형 세단 K2보다 한 단계 작은 차급인 페가스는 5만1000리얄(약 1800만원)에 판매된다. 실용적인 가격과 함께 세련된 디자인으로 특히 젊은 운전자에게 인기가 좋다는 것이 현지 설명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이다. 사우디에서는 지난해 79만 대가 팔렸다. 중동 전체 자동차 시장(240만 대)의 3분의 1 수준이다. 2020년 사우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46만 대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1.7배 커진 셈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자동차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사우디는 2016년 산업구조 다각화를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사우디국부펀드(PIF)는 연간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전기차 기업 시어를 설립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자동차산업 육성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기아는 사우디를 교두보로 삼아 2030년까지 중동 시장에서 연간 26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아는 올해 1~3분기 중동에서 13만1144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9184대) 대비 판매량이 10.3% 늘었다. 기아가 올해 중동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차량은 스포티지(2만172대)와 페가스(1만7099대), 쏘렌토(1만5810대)다.

이날 제다 모터쇼에서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거센 추격이 예고됐다. 상하이차의 산하 브랜드 MG는 RX9과 MG5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특히 MG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9은 2.0L 터보차저 엔진으로 구동되며 첨단 안전 기능과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는게 MG 측 설명이다. MG는 올해 1~8월 1만8000여 대를 사우디에서 판매했다.

이외에도 체리차의 자회사인 제투어는 랜드로버와 지프 차량을 닮은 T1, X50 등 신형 SUV 모델을 선보였다. 준중형 SUV인 X50는 현대차 투싼과 비슷한 크기다 156마력의 토크를 내는 1.5L 터보차저 엔진이 장착돼 있다.

한편 르노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아르카나와 그랑 콜레오스를 비롯한 4종의 신차를 선보여 현지 언론과 관람객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 9월 한국 시장 공식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생산 1만 대, 누적 계약대수 2만5000대를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그랑 콜레오스는 중동 등 세계 각지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제다=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