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충성 경쟁'은 오히려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비명계 세력을 견제하는 '극언'이 나와 논란을 일으켰고, 이 대표를 신격화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졌다.
18일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이 대표가 장외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올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황제이자 철학자로, 로마 5현제(賢帝) 중 마지막 황제다. 그가 쓴 '명상록'은 주로 전쟁터에서 쓰였는데, 이 대표가 1심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해 총 4개의 재판을 받는 상황을 '전쟁'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명상록 발췌를 통해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며 이 대표를 '신의 사제', '신의 종'에 에둘러 비유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내면에 깃들어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고 어떠한 고통에도 상처받지 않으며 어떠한 모욕에도 해 입는 법이 없다"며 "고귀한 싸움에 당당히 임하는 투사이며 격정에 휘말리지 않고, 정의가 마음속까지 가득 차 있다"는 구절도 소개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친명계 강성인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최 의원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민주당의 3차 장외 집회가 끝난 뒤 유튜버들과 만나 "어떤 판결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민주당이 분열하느냐 아니냐'"라며 "다시 숨죽이고 있던 민주당 내 분열 세력들이 준동하냐 안 하느냐에 따라 이 국면이 돌파될 것이냐, 아니면 민주당이 돌파 못하고 사분오열될 것이냐, 이게 결정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이미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는데) 움직이면 죽는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1심 선고를 받은 이후 물밑에서 움직이던 비명계 움직임이 보도되자 이를 경계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비명계 전직 의원이 주축이 된 '초일회'는 오는 1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당내 '비명계 신(新) 3김'으로 꼽힌다.
이 대표에 대한 '충성 경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민구 전 최고위원은 지난 6월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주장했고,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이 대표 앞에서 '마태복음 27장'을 읽으며 그를 예수에 빗대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재명은 시대정신이자 손흥민"이라며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깃발과 상징이 계승됐다. 축구로 치면 차범근-황선홍-박지성-손흥민으로 깃발이 계승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당 대표 교체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전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싸우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라며 "상당히 많은 의원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오고 있으며 당이 더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심 재판에 가면 진실과 사실에 기초해 법리적인 판결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오히려 이 대표의 개인적 정치 행보뿐 아니라 민주당이 집권하는 길에 있어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과정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이 대표를 수사한 검찰과 1심 선고를 내린 사법부를 향한 비난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검독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치검찰은 사건 조작과 억지 기소를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살인을 시도했다"며 "정치검찰이 정치권과 야합한 결과를 재판부가 동조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