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 방지법' 발의…스타트업 vs 약사단체 충돌

입력 2024-11-17 17:55
수정 2024-11-18 00:54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유통 사업에 제동을 걸기 위한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이 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운영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플랫폼이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해 특정 약국으로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사 출신인 김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다.

이 법안은 최근 의약품 도매 자회사인 비진약품을 설립하고, 의약품 판매업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한 닥터나우를 겨냥했다. 의원실에서도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명명했다.

비진약품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약에 활용도가 높은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29종)를 구성해 약국에 판매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 대응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전면 허용됐지만, 약 배송은 사실상 막혀 환자가 ‘약국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사례가 많았다. 처방약을 주변 약국이 보유하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닥터나우는 약국의 재고 여부를 플랫폼이 파악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해당 약국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제휴를 맺은 약국에는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직접 유통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약사단체는 닥터나우가 제휴 약국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방식의 영업을 허용하면 특정 약국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약국이 독립성을 잃고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약사회는 “법안 취지에 적극 동의하며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 법안 발의에도 약사단체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 성안을 맡은 김 의원 보좌진은 약사 출신으로, 대한약사회 정책이사를 지냈다.

야당 복지위 관계자는 “특정 전문직단체의 요구만 반영한 플랫폼 규제법이 혁신은 물론 소비자 편익을 막아설 수 있다”며 “이 법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2000여 개 스타트업이 속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김 의원안에 대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저해하고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능을 제한하는 규제”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스타트업포럼은 “이런 규제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새롭고 낯설다는 이유로 새로운 혁신을 악으로 간주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는 방식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정치권이 특정 직역단체 편에 서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 목소리는 외면해 논란이 된 사례는 수차례 있었다. 국회에선 세무 플랫폼 ‘삼쩜삼’을 겨냥한 ‘세무사법 개정안’,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 법률 플랫폼 ‘로톡’을 통한 변호사 광고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해당 스타트업이 서비스 중단은 물론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위기에까지 내몰린 바 있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플랫폼 사업을 하려면 직역단체와 기나긴 법적 공방은 각오해야 한다”며 “사업 안정성을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