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축포에 가려진 리스크 '절충교역 벌금'

입력 2024-11-17 17:54
수정 2024-11-18 01:03
정부가 무기 수출의 반대급부로 군사 기술 이전과 함께 상대국 물자 등을 수입해 주는 ‘절충교역’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충교역 이행은 통상 10년 넘게 걸리는 데다 이행률도 낮아 벌금 등 ‘수출 후 리스크’를 방위산업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 시절 노르웨이에 수출한 2억3000만달러 규모의 군수지원함 사업과 관련해 2026년까지 절충교역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약 20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교역은 한 나라가 해외에서 무기·장비를 구매할 때 수입한 대가로 상대국으로부터 군사 지식·기술을 받거나 그만큼 자국 물자를 사도록 하는 거래 방식이다. 노르웨이와의 계약 당시 ‘2023년까지 한국이 노르웨이산 무기를 수주액만큼 수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그러나 막상 한국이 수입할 만한 노르웨이산 군수품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노르웨이 사업은 기존 절충교역 마감이 무기 수출 10년 뒤인 2023년까지였는데 겨우 연장해 3년을 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행률은 여전히 10~20%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 무기 수입국이 제시하는 절충교역 조건은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호주가 ‘후속함 자국 건조’를 내건 것처럼 기술 전수를 바랄 때가 많다. 동남아시아 국가는 무기를 사갈 때 팜유, 바나나 등 자국 농산물 수입을 요구한다. 특히 비군사·민수 교역 조건이 붙으면 방산 기업이 개별적으로 절충교역 조건을 이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은 과거 절충교역을 적극 활용해 무기 체계를 발전시킨 나라로 꼽힌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공군이 1980년대 F-16 전투기를 수입할 때 절충교역으로 미국에서 상당한 기술을 이전받았고, 그 덕에 T-50, KF-21 개발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2~3년간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의 ‘수출 축포’가 터졌지만 이면에선 절충교역 이행에 관한 방산 수출 기업의 고민이 깊다. 국내 방산 기업은 절충교역 조건 미이행으로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에 벌금을 문 전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상무부 혹은 국방부가 무기 수출 시 절충교역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선진국처럼 우리도 전담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2021년부터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절충교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진전이 없다”며 “절충교역은 추후 협상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행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전담 기관을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훈/정희원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