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넷 제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감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와 시기를 공개한 곳은 국내 주요 그룹 중 LG가 유일하다. 3대 미래 사업 중 하나로 ‘클린테크’를 점찍고, 향후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주요 계열사, 2030년부터 넷제로LG는 지난 15일 탄소 감축 실행 계획과 이행 성과를 담은 ‘LG 넷제로 특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보고서다. LG는 지난해 425만t의 탄소를 감축했다. 축구장 10만6000개 면적의 산림을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다.
LG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넷제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는 그룹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계획에 따르면 가장 먼저 넷제로를 달성할 계열사는 2030년 LG전자다. 이를 시작으로 2040년 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2050년 나머지 계열사가 넷제로 상태가 된다.
LG가 넷제로에 적극적인 것은 탄소를 감축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 수익성에 보탬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는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분석해 탄소 절감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힘을 주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은 2030년 전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게 목표다. 제품과 서비스 품질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란 얘기다. 노후 장비 교체·탄소 포집 활용LG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후 장비를 고효율 장비로 교체하는 등 불필요한 연료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산업공정 등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된 탄소를 줄이기 위한 탄소 포집 기술도 활용하기로 했다. 2050년 넷제로 일정에 맞추기 위해 매달 각 계열사의 탄소중립 이행 성과를 관리하고, 꾸준히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부여하고 있다.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통합 관리 플랫폼인 ‘LG ESG 인텔리전스’를 도입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클린테크를 3대 미래사업(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으로 낙점하고,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의 주요 클린테크 사업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LG화학), 배터리 교환 시스템(BSS·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충전인프라(LG전자, LG유플러스) 등이 꼽힌다.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충남 서산시에 5만t 규모 생분해 플라스틱(PBAT) 공장을 설립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국내 연구개발(R&D) 조직과 LG 일본연구소를 통해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수전해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