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정한 '제조 강국'의 길, 스마트 제조 생태계 고도화

입력 2024-11-17 17:07
수정 2024-11-18 00:25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제조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보조금과 인센티브로 한국, 대만, 일본 같은 전통 제조 강국이 직접 투자할 것을 독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도 관세 인상 등 압박 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자국 제조 투자를 우리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삼성SDI와 현대자동차·기아는 디지털트윈과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등 혁신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 공장에 투자하더라도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제조의 무인화, 제조 인공지능(AI)을 통한 자율화 공장 등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에 보조를 맞춰야 전체 공급망의 효율, 나아가 국가 제조산업의 고도화가 달성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대기업의 혁신 전략도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 역량 강화를 추진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스마트 제조 기술을 공급하는 전문기업의 부재다. 스마트 제조 기술 공급기업의 대표적인 예는 독일 지멘스다. 공장 스마트화에 필요한 제조 정보기술(IT), 제어기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독일은 지멘스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 소프트웨어와 IT 기업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제조 IT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한국 기업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대기업은 비싼 해외 제조 IT 솔루션으로 제조 고도화를 추진 중이지만, 중소기업은 해외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스마트 제조 생태계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스마트 제조 전문기업’을 육성해 스마트 공장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데 의의가 있다. 스마트 제조 전문기술 중 자동화기기, 연결화기기, 정보화 솔루션, 지능화 서비스 4대 영역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을 달성하고 나아가 스마트 공장 구축 기술을 우리 수출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업은 스마트 제조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부는 지역별 거점 테스트베드와 제조 혁신센터를 구축해 스마트 제조 기업들이 협력하고 생태계를 형성해나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수요기업이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최적의 기술 공급기업, 전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급기업 역량 진단, 스마트 제조 전문기업 정보 제공과 스마트공장 구축 현황, 제조 디지털전환(DX) 지원 인프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공장 정책지도도 제공한다. 스마트 제조 생태계 고도화 정책을 통해 신(新)제조 경쟁 속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