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감염증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장염약만 주고 귀가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남 창녕군에 있는 한 병원의 내과 의사인 A씨는 2016년 10월 병원을 방문한 피해자에 대해 일반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등을 실시했는데, 일반혈액검사 결과 백혈구(WBC)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은 1만6900/㎣로 나타났다. 또 피해자는 3일 전부터 고열을 호소하는 등 급성 감염증 증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A씨는 일반화학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해 처치만 하고 피해자를 귀가시켰고, 같은 날 일반화학검사 결과 염증 수치인 C-반응성단백질(CRP)이 24.93㎎/㎗로 정상치보다 높은 것을 확인하고도 피해자를 즉시 입원 입원시켜 항생제를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같은 날 밤 같은 병원 응급실에 방문했으나 응급실 의사 B씨 역시 전형적인 급성 감염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에 대해 처치만 하고 피해자를 귀가시켰다. 다음날 피해자는 제때 적절한 처치를 받지 않아 패혈증 쇼크 상태로 인한 다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가 이미 실시한 일반화학 검사 결과를 기다려 염증 수치를 확인하고 염증 수치를 높일 경우 항생제를 투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심 모두 유죄로 인정해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를 근거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고 그 외 간초음파검사 및 소변검사 등 다른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는 사정을 근거로 피해자의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 등의 원인을 급성 감염증 중 급성 장염으로 진단한 것이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 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진료받았을 때 또는 C-반응성단백질 수치가 확인된 시기 이미 패혈증의 상태였다거나 패혈증이 발생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만한 사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고심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해 원인 규명이 필요한 급성 감염증을 의심해 입원 하에 항생제 요법을 시작하면서 원인 질환을 찾아야 하는 시기는 같은 날 밤 응급실에서 B씨의 진료 시였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