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15일(현지시간) 채택했다. 3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페루 리마에서 회의를 하고 지난해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이행할 협력 사무국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지난해 8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뒤 약 1년 3개월 만에 다시 개최됐다.
한·미·일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위해 러시아에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한·미·일은 북한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 침략 전쟁을 위험하게 확대하기로 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엔헌장 제51조에 명시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하는데 있어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며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과 회피, 그리고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한 무기 거래 및 악성 사이버 활동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3국 정상은 사무국 설립과 관련 "우리가 함께 하는 일이 인도-태평양을 번영하고 연결되며 회복력있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목표와 행동들을 더욱 일치시키도록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해도 3국 정상회의는 지속될 것임을 밝혔다.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이 철통 같음을 재강조하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미측 의지를 재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으면서다. 정상들은 "이러한 조치들이 우리의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3국 공동의 협의에 대한 공약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회의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 협력은 날로 견고해지고 있다"며 "3국 협력의 경험이 빠른 속도로 축적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한·미·일 협력은 3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서 볼 수 있듯이 엄중한 역내외 안보 환경은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위험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러시아와의 협력에 우리가 대처하고 있고, 현재 우리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했다"며 "3국 정상회의를 여는 게 저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이지만, 앞으로 영속할 수 있는 이런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은 큰 성과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3국 간 안보 협력은 인태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며 "협력 사무국 제도화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북한을 비롯한 여러 도전에 함께 대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리마=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