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믿었습니다"…삼성전자, 10조 규모 자사주 매입에 개미들 '환호'

입력 2024-11-15 18:44
수정 2024-11-15 19:04

삼성전자가 1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취득 주식 중 3조원어치는 바로 소각한다. 최근 주가가 4만원대까지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강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내며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7년 만의 전격적인 자사주 매입 결정에 개인투자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라고 명시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이날 시가총액 기준 약 3.13%다.

특히 3조원 상당의 주식을 3개월 내에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를 매입한다. 금액으로는 보통주 2조6827억3759만원(주당 5만3500원), 우선주 3172억6245만원(주당 4만5900원)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머지 7조원어치 자사주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자사주를 소각한 후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아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가 없다. 삼성전자는 2018년 보유 중이던 자사주 전량을 주주친화 정책 일환으로 소각한 바 있다. 당시 소각한 자사주는 보통주 4억5000만주, 우선주 8000만주 등 약 4조8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2017년 9조3000억 규모의 매입 이후 7년 만이다.

주주 환원책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식 커뮤니티에 "이재용 회장님 믿고 있었습니다.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해주세요"라고 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물량이 줄어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이날 삼성전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7.21% 급등한 5만3500원에 마감했다. 200조원대까지 밀렸던 시가총액도 약 320조원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 7월 11일 기록한 52주 최고가(8만8800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전날엔 4년5개월 만에 4만원 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트럼프 트레이딩'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우려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 위기론이 대두되면서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퀄 테스트(품질 검증)를 아직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주가 하락폭이 과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신규 진입자에 대한 우려와 반도체 수요 전망에 대한 조정이 과하게 주가에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과거 수익성과 비교해도 과도한 하락이라는 판단"이라며 "상승 여력이 충분하기에 '매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로 8만4000원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유지했다. 이 증권사 김형태 연구원은 "HMB3E(5세대 HBM) 실적 기여도와 이익 규모, 시장 침투 속도에 따라 주가 회복 강도가 결정될 전망"이라며 "과거 5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1.5배를 크게 밑돌고 있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접근이 가능한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