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號 첫 부회장, 장재훈 완성차 총괄

입력 2024-11-15 18:08
수정 2024-11-16 01:44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현대차·기아의 상품 기획과 제조·품질 경쟁력 등을 관장하는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부회장을 새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또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했다. “실력이 있으면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겠다”는 정 회장의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11월 15일자 A2면 참조

현대차그룹은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CEO 인사를 발표했다. 장 부회장은 2020년 말 CEO로 취임한 뒤 현대차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완성차 회사 가운데 하나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 명단에 올랐다. 장 부회장은 이번에 현대차 CEO로 선임된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겸 북미권역본부장, 송호성 기아 사장과 손발을 맞춰 현대차·기아의 상품 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한다.

스페인 출신인 무뇨스 사장은 2019년 현대차에 합류한 뒤 북미지역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CEO로 선임됐다. 2018년 3301억원 순손실을 낸 현대차 미국법인 실적은 지난해 2조7782억원으로 뛰었다.

현대차그룹은 또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외정책을 조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실적 일등공신' 전면에…현대차그룹, 장재훈·무뇨스·송호성 체제로
성과 검증 끝난 무뇨스·송호성과 '3각 편대'로 현대차·기아 시너지15일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두 가지다. 현대차와 기아를 아우르는 부회장급 자리를 신설했다는 것과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외국인을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실력을 입증한 사람에게 중책을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숙제도 안겼다. 그룹의 양대 축인 현대차와 기아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것과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가시밭길이 예고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기아 총괄
이날 발표한 인사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됐다. 이번에 승진한 장재훈 완성차 담당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차 CEO, 유임된 송호성 기아 CEO가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임 기간 눈에 띄는 실적을 낸 것이다.

2020년 말 장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뒤 현대차 실적은 날아올랐다. 2020년 104조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62조7000억원으로 56% 뛰었다.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에서 15조1000억원으로 약 6.3배 커졌다.

장 부회장은 현대차의 중장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지난 6월 수소 사업을 벌이는 140여 개 글로벌 기업 모임인 ‘수소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으며 글로벌 수소 프로젝트 1400여 개에 현대차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길을 열었다. 최근에는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도 성공시키며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도 확보했다. 같은 때 CEO로 취임한 송 사장도 재임기간 매출을 두 배로 늘렸고, 영업이익을 여섯 배 끌어올렸다. 2019년부터 북미법인을 책임진 무뇨스 사장은 미국법인 실적을 2018년 3301억원 순손실에서 지난해 2조7782억원 순이익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트로이카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현대차와 기아의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상품 기획부터 구매, 품질관리까지 최적의 방정식을 찾아 각사에 적용하는 방식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장 부회장이 ‘게임 체인저’로 언급한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와 전기 픽업트럭을 현대차와 기아가 공동 개발하는 것도 협업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아가 최근 내놓은 1호 픽업트럭 ‘타스만’의 현대차 버전이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맺은 포괄적 협업에 기아가 참여하는 것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 소재 및 철강재 등 주요 부품 공급망의 공유 범위가 커지면서 현대차·기아의 원가 경쟁력은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장 신임 부회장이 현대차와 기아의 협업을 전체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뇨스·성 김, 글로벌 대응력 높여이번 인사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외국 인재 중용’이다. 미국 시장에서 뛰어난 실적을 낸 무뇨스 사장에게 CEO를 맡긴 점에서 그렇다. 무뇨스 사장은 가솔린 세단 중심이던 주력 판매 차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하이브리드카로 전환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식으로 2018년 68만 대였던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을 지난해 87만 대로 끌어올렸다.

정통 외교 관료인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향후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여주는 포인트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사장은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맡았다. 현대차는 그런 김 사장에게 대외협력·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부터 홍보 및 PR 등을 총괄하는 현대차그룹 싱크탱크 수장을 맡겼다.

이 중 핵심은 해외대관 조직(GPO·Global Policy Office)을 이끄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 인사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완성차 사업 전반의 시너지를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정은/김진원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