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만 해도 이탈리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944달러로 미국(4만8570달러)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탈리아 1인당 GDP는 3만8373달러로 15년 전보다 줄어 미국(8만1695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미시시피주(3만9120달러)보다도 적었다. 유럽 맹주인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 50개 주와 비교하면 40위권 밖이다.
유럽의 쇠퇴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주된 이유로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5월 “코로나19 이후 근로시간이 확 줄어 유럽이 저성장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연기금의 니콜라이 탕겐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인은 미국인보다 적게 일하고 리스크를 더 회피한다”고 일갈했다.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2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19시간) 이상이지만 프랑스는 1427시간에 불과하고 독일은 1295시간으로 OECD 꼴찌였다.
미국이 유럽보다 오래 일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장시간 근로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엑스(옛 트위터)를 인수한 뒤 주 8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자 수천 명의 직원이 퇴사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머스크가 다시 주 80시간 근무를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지명된 뒤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를 통해서다. 머스크가 리트윗한 글에는 “주 80시간 이상 일할 뜻이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고 써 있다. 또 “지원자 중 상위 1% 이력서만 검토하며 (뽑힌 직원의) 보수는 없다”고 했다. 머스크가 주당 100시간 넘게 일하고 트럼프 역시 자서전에 밝힌 대로 자정까지 일하는 ‘일벌레’인 만큼 주 80시간을 무보수로 일할 근무자를 쉽게 찾을 거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한국에선 절대 시도할 수 없는 머스크의 ‘주 80시간 열정페이 실험’이 성공할지 궁금하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