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넘던 송도 새 아파트, 2개월 만에…집주인들 '발칵'

입력 2024-11-15 18:03
수정 2024-11-16 01:49
“대출이 안 나오니 거래가 뚝 끊겼어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 가을 이사철에 거래된 게 손꼽을 정도입니다.”(인천 연수구 송도동 A공인 관계자)

지난 9월 이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다주택자 대출 중단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기 이천, 안성 등 수도권 아파트값 내림세가 확산하고 있다. 매수세 위축이 심한 외곽 지역에서는 거래가 뚝 끊기고 매물이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다. ○이천·안성·평택 내림세 확산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시·군·구 61곳 중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인 지역은 지난주 12곳에서 이번주 15곳으로 늘어났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등 대출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9월 초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인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내림세가 뚜렷해졌다. 이천은 최근 1주일 새 아파트값이 0.14% 떨어져 수도권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올해 들어 누적 변동률은 -3.05%에 달했다. 경기 남부 주거지인 안성도 이번주 0.03% 떨어져 한 주 전(-0.01%)보다 낙폭이 커졌다.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은 평택은 이번주 0.04% 하락해 14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지역별·단지별로 온도 차는 있지만 직전 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천 갈산동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127㎡는 최근 4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가보다 7000만원 낮은 값이다. 6주째 내림세를 보이는 인천 연수구에서는 준공 5년 내 새 아파트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이달 1일 6억59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 8~9월만 해도 실거래가가 8억원을 웃돌았다. ○디딤돌대출 규제 등 하락 요인 계속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경기·인천 지역 집값이 약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특히 공급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 위축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수세가 꺾인 지역을 보면 양주, 평택, 인천 등 그동안 공급 물량이 많았거나 앞으로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된 지역”이라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도 증가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와 인천에 쌓인 아파트 매물은 각각 16만5265건, 3만8708건으로 통계를 집계한 뒤 최고 수준이다.

다음달부터 수도권 주택의 디딤돌대출 한도가 조정되는 점도 가격 하락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다음달 2일 이후 신규 대출을 신청하는 수도권 주택부터 정책 금융 규제를 강화한다. 업계에선 디딤돌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4800만원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에 이어 지난달 금융권 위주로 총량 규제까지 전방위로 대출을 옥죄고 있다”며 “연말부터 시행되는 디딤돌 대출 규제가 경기·인천 시장에 추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이사 비수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분간 숨 고르기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