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곰이 차 망가뜨렸어요"…알고보니 인형탈 쓴 사기꾼이었다

입력 2024-11-15 16:31
수정 2024-11-15 16:32

곰으로 변장해 차량을 훼손하고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검거됐다.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보험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한 보험사에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샌버너디노 산맥의 레이크 애로우헤드에 주차된 2010년형 롤스로이스 고스트 차량 내부가 야생 곰에 의해 손상됐다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됐다.

손해배상 근거로 곰이 차량 내부에 들어간 영상이 제시됐다. 영상을 보면 곰처럼 보이는 물체가 차량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차량 내부를 마구 헤집고 있다. 보험사는 차량이 곰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고 보고, 청구인에게 보험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보험금을 노린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20~30대 4명으로 구성된 사기단이 보험금을 받으려 곰으로 변장해 고의로 차량 내부를 훼손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보험부는 "비디오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곰은 실제 야생 곰이 아닌 곰 의상을 입은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 동물부의 생물학자도 영상을 보곤 "곰 옷을 입은 사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2015년형 메르세데스 G63 AMG와 2022년형 메르세데스 E350 등 차량 2대 내부를 손상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사기단이 보험사로부터 부정 수령한 보험금은 총 14만1839달러(약 1억9942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집에서 곰 의상을 발견했다. 이 의상에는 갈색 털, 곰 모양의 머리, 발톱 자국을 재현하기 위한 금속 등이 달렸다. 결국 경찰은 사기단을 검찰에 넘겼고, 샌버너디노 카운티 검찰이 사건을 맡아 이들을 기소했다. 3명은 구금됐고, 나머지 1명은 5만달러(약 70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다.

보험부 대변인은 "수년간 조사관들이 터무니없는 계획을 적발하긴 했지만, 가짜 곰이 보험 사기에 활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