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국내에서 유행한 ‘네이버 밴드’가 미국에서 이용자를 대거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미국 이용자가 6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1세대 그룹형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통틀어 올해까지 명맥을 이어온 곳은 네이버 밴드가 유일하다.
○SNS 본고장서 존재감네이버는 밴드 서비스의 지난달 미국 월 활성 이용자 수(MAU)가 604만명을 기록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500만 명을 넘기고 1년 만에 100만 명을 신규 유입했다. 네이버 밴드의 미국 MAU는 2021년 300만명에서 3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네이버 밴드의 전성기는 2010년대 초중반이었다. 국내에서 2012년 출시돼 동창회, 육아 모임 등에 주로 쓰였다. 이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밀리면서 국내에선 대중적 인기 반열에선 뒷걸음질했다. 요즘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학생·학부모 소통 수단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렇듯 국내에선 ‘한물간 SNS’처럼 여겨지는 네이버 밴드가 SNS 본고장 미국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4년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다.
○학교서 입소문…1040 이용자 많아미국에서의 성장 핵심 요인은 학교·방과 후 활동 공략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스포츠, 치어리딩 등 중·고등학교 방과 후 클럽 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미국 내 활성 밴드의 65%가 학교 및 스포츠 그룹으로 집계됐다. 월 활성 이용자의 70% 이상이 해당 그룹 밴드를 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밴드 이용자의 연령대도 10대(학생)와 40대(학부모)가 각 25%로 가장 많다. 30대 20%, 20대 15%로 10대부터 40대 사이 이용자가 집중돼 있다.
네이버 측은 “그룹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사용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고 했다. 밴드 리더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그룹 관리 편의성을 높인 게 대표 특징이다. 공지사항, 일정 관리, 초대장, 라이브 등 그룹 소통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전화번호, 이메일, 다른 SNS 계정 등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도 그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올해는 미국에서 학교 및 방과 후 활동 영역을 넘어 다양한 업무 그룹으로 사용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그룹에서 밴드를 사용하는 사례는 지난해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식음료(F&B), 소매업, 병·의원, 물류·운송 기사부터 군인, 경찰, 소방관까지 현장직이 실시간 소통을 하는 도구로 떠올랐다.
채윤지 네이버 밴드US 리더는 “더욱 다양한 업무 그룹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