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문제 유출 논란이 불거진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리논술 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수험생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 13일로 예정됐던 합격자 발표가 중단됐다.
15일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2025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 따른 후속 절차의 진행을 2025학년도 논술시험 재시행 청구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중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이 사건 논술전형 절차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수험생 측의 정당한 신뢰 내지 기대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앞서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등 34명은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시험 무효확인 소송과 수시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한 시간 전에 배포돼 '문제 유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은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관련 첫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수험생 측은 "문제가 일찍 배부된 고사장 수험생들은 챗GPT를 활용하거나 외부인에게 조언을 구해 문제를 미리 풀어볼 수 있었고, 수험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하거나 다른 고사장 수험생과 연락을 주고받음으로써 불특정 다수에게 문제가 유출됐다"며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문제지가 미리 배부된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회수했기 때문에 실제 수험생들에게 문제지가 배분된 시간은 최대 3분에 불과하다"며 "논술시험을 무효로 볼 정도로 그 불공정성이 중대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재시험이 시행될 경우 다른 대학의 입시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대학 입시 절차 전체에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연세대 입시 일정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논술시험의 후속 절차가 중단되면서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전형에 지원한 1만444명의 수험생들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합격 발표를 받아볼 수 없게 됐다.
재시험 진행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소송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수험생 측을 대리하는 김정선 법무법인 일원 변호사는 "만약 법원이 본안 소송에서도 논술시험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판단한다면 재시험 또는 논술시험 무효 결정이 날 것"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연세대가 공정성 침해를 빨리 인정하고 본안 판단 전에 알아서 재시험을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추후 자연계열 논술전형을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며 "재시험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