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투자금 반환 청구 합당할까? [긱스]

입력 2024-11-15 11:34
수정 2024-11-15 13:38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투자금 반환소송의 경우

최근 신한캐피탈이 피투자사인 주식회사 어반베이스의 창업자에게 투자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과정에서 창업자의 집에 가압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타트업계에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어반베이스는 기존 인테리어 산업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프롭테크 회사입니다. 누적 투자금이 250억원이었고 백만불 수출의 탑까지 수상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결국 시장 악화로 올해 파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에 5억원을 투자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신한캐피탈이 지급명령을 통해 청구한 금액은 약 12억원입니다. 연 복리 이율이 15%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는 이율을 12%로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2017년 당시에는 이율이 15%가 일반적이었고 간혹 20%도 있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투자사가 사채업자도 아니고 무슨 이율을 연 복리 15%나 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시 업계 관행에 비추어 15% 이율 자체는 일반적인 범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이슈에서 문제점은 “사업 실패에 따른 투자금 반환 의무”와 “상환권 미이행 시 풋옵션 발생”, 그리고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살펴보기에 앞서 스타트업계에서 투자자와 피투자자 간 관계와 투자계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투자 계약은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당사자 간의 지위가 현격히 차이 나는 계약입니다. 투자계약은 대체로 3자 간 계약입니다. 명목상 주요 당사자는 투자자와 피투자자인 회사이지만, 실제로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인이 주요 당사자입니다. 투자계약에서 이해관계인은 주로 창업자 또는 이에 준하는 코파운더입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는 일반적으로 재무적인 수치를 근거로 투자하기보단 창업자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자는 스타트업 투자계약서를 통해 회사와 이해관계인에게 진술 및 보장, 주식처분 제한,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 경업과 겸업 금지 등 다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위약금, 위약벌, 풋옵션 등 패널티 조항을 여러 겹으로 두고 있습니다. 어반베이스 하진우 대표가 공개한 당시 투자계약서 발췌 부분을 보면, 상환권 조항에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과 연대책임 조항이 한꺼번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문제점 1. 투자계약에서 패널티 발생 요건으로 “사업 실패”가 합당한가?
투자라는 행위는 대출과 다릅니다. 투자는 대가로 지분을 받고, 대출은 이자를 받습니다. 투자는 동업자가 되는 것이어서 회사의 흥망성쇠를 같이 합니다. 따라서 원금을 보장받지 않는 것이 핵심이지요. 반면, 대출은 원금 보장이 기본입니다. 판례에서도 금전을 주고받을 때 투자인지 대여인지 판별하는 주요 기준을 원금 보장 여부로 보기도 합니다.

상법상 적법한 상환주식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투자금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주식입니다. 다만, 위 어반베이스의 투자계약서처럼 '기타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즉, 사업 실패를 기한 전 상환요건으로 두는 것이 대출과 구분되는 투자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해관계인의 불법행위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성실 경영하지 못하여 '사업 실패'가 된 경우에는 회사와 이해관계인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다만, 창업자가 최선을 다했지만 사업이 실패한 것을 투자계약에서 패널티 요건으로 두는 것은 벤처투자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문제점 2. 상환권 이행이 상법상 불가능한 경우에도 풋옵션을 청구한다?
스타트업 투자에서 투자자는 보통 주식이 아닌 여러 옵션이 붙어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신주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법상 상환권 행사는 회사에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스타트업은 배당 가능한 이익이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상환조항이 크게 문제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상환권 조항에 있는 패널티 부과는 배당 가능한 이익이 있음에도 투자자의 상환권 청구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 간 투자계약서에서는 “상환이익”이 없어 상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식매수청구권 즉, 풋옵션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였습니다. 이는 “회사에 배당 가능한 이익이 없으면 상환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상법상 상환주식의 취지를 자칫 형해화(形骸化) 할 수 있습니다.문제점 3. 이해관계인이 회사의 투자금 반환 의무에 무조건 연대책임을 진다?
이번 이슈가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바로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입니다. 문제점 1, 2번까지만 있었더라면 이번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점 1, 2, 3번이 결합이 되면서 한마디로 ‘회사를 최선을 다해 경영했음에도 망할 경우 창업자는 무조건 투자금과 이자를 전부 배상해야 한다’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이러한 투자계약에서 투자자는 어떠한 리스크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잘 되어서 매각되거나 상장하면 초대박이고 설사 회사가 망하는 경우에도 연 수익률 15% 이상이 보장되는 셈이니 망해도 대박인 셈입니다. 물론 2018년부터는 정부 기관에서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을 부과하지 않도록 지침을 내렸고, 2023년에는 벤처투자조합 등록 및 관리 규정 등의 개정으로 이해관계인 연대책임 금지가 제도화되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서는 이해관계인이 불법행위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지 않고서는 연대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한캐피탈과 같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일명 신기사)가 운영하는 신기사조합은 벤처투자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벤처투자 관련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신기사의 경우에는 지금도 이러한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 조항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신한캐피탈과 어반베이스 간 분쟁사례와 같은 이슈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신한캐피탈에서 입장을 표명했듯이 명백하게 투자 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해당 펀드 조합의 LP들에게 배임행위가 되거나 금융감독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진정으로 벤처기업 활성화를 바란다면, 최선을 다해 경영하였지만, 결국 사업에 실패한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우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최철민 최앤리법률사무소 대표
△연세대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공무원 연금공단 감사관
△창업진흥원 예비·초기창업패키지 법률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