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놀이, 굿즈를 넘어 일상으로

입력 2024-11-15 13:40
수정 2024-11-15 13:42

대한민국의 전통놀이. 어린 시절에는 명절 즈음에 종종 즐기곤 했던 것 같은데 요새는 마지막으로 즐겼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전통놀이는 재미없고 진부한 것으로 취급받고 아이들은 더 이상 전통놀이의 의미와 기원은 커녕 간단한 규칙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마타니아퍼니처(대표 김다훈)은 이러한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놀이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청년 브랜드이다.

마타니아퍼니처는 ‘우리노리’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전통놀이를 현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새롭게 제작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모양과 크기, 무게가 제각각인 윷놀이를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수려한 디자인의 윷을 제작하는가 하면 판을 까는 등의 준비 없이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흔들어주세윷’과 같이 전통놀이의 맥락은 유지하되 쉽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들을 기획하고 제작한다.

이외에도 신라시대의 술 게임 주사위인 ‘주령구’를 새롭게 제작한 ‘안압지 주사위’, 복잡한 한자어 대신 한글 자음을 활용해 제작된 ‘우리한글 장기놀이’ 등 "어떻게 하면 전통놀이를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묻어나는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노리는 전통놀이 문화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을 넘어서 소중한 우리의 놀이 문화를 일상 속에 녹여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대전 중구의 테미고개를 넘어가는 언덕길 중간에 있는 쉼터에 장기판이 그려진 소반인 ‘대국소반’을 설치해 지나다니는 시민들로 하여금 쉼터에 앉아 장기를 둘 수 있도록 했는데, 주민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저 지나가다 쉬어가는 쉼터에 불과했던 장소를 동네 주민들이 웃고 떠들며 모여드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전통놀이를 어른들만 즐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맥주 펍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테이블 축구와 비슷하게 서서 즐길 수 있는 우리노리만의 윷놀이대와 장기대를 기반으로 전통주 하이볼과 함께 시끌벅적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전통주 펍을 기획해 준비 중에 있다.

우리노리는 전통놀이의 일상화를 넘어서 세계화를 향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가유산진흥원의 공모에 선정된 두 가지 상품 중 하나인 경복궁 윷놀이 세트는 한국의 윷놀이에 경복궁의 아름다운 창문 살을 패턴화해 담아냈으며, 각 창문 살의 의미를 영문의 설명서에 담아 제작했다. 구체적인 영문 설명서와 함께 각 궁궐 유적의 기념품관과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노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타니아퍼니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 오늘전통 초기창업’ 사업 3기로 선발된 바 있다. 올해 3기 졸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방면으로 사업 고도화를 추진하며 운영사인 로우파트너스를 통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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