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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14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미국 경제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의 성과가 예상보다 좋은 덕에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 우리가 미국 경제에서 보고 있는 강함은 (통화정책) 결정을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 재개 우려로 Fed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관측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 발언 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17%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Fed는 지난 9월 0.5%포인트 '빅컷'으로 2년여 만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한 뒤 이달에도 연이어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했다. 내달 회의에서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시장에선 Fed가 지난 9월 발표한 경제전망(SEP)을 토대로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내년엔 연간 네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로 물가상승률도 재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입 관세율 인상 등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공약들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시장 전망치와 부합했으나 9월 상승률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지속해서 둔화할 것이란 견해를 거듭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여건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며 "때론 고르지 못한 길이 있겠지만 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2% 목표 수준으로 지속해서 둔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주거 관련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거비는 물가 지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산정 방식의 특성상 최근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데 시차가 존재한다. 그는 Fed가 물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에 대해서는 "10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3%,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통화정책 경로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가 어떻게 나올지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