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가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올빼미 공시’로 알리기 전 일부 기관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시 전 기관들이 보유 물량을 대거 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14일 이수페타시스는 전 거래일보다 1000원(4.07%) 내린 2만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8일 종가(3만1750원) 대비 25.83% 하락했다.
이수페타시스는 5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시설자금으로 2500억원, 타법인 증권취득자금으로 300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급증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비 증설과 첨단 소재 기업인 제이오 인수를 추진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이 내놓은 유상증자의 이유다.
문제는 유상증자 결정을 하기 전부터 주가가 뚜렷한 이유없이 하락해왔다는 점이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지난달 23일(4만5700원)을 고점으로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이달 8일(3만1750원)까지 12거래일동안 30.53%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1.05%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이수페타시스가 포함된 엔비디아 수혜 테마의 대장주 격이다.
기관이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864억3100만원어치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순매도 규모로는 상위 6위다. 일별로 봐도 기관은 4거래일을 제외하고 내리 주식을 팔았다. 같은 기간 외국인도 이수페타시스 주식 물량을 일부 덜어냈다. 개인만 901억원어치를 샀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인데도 기관이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투매한 데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상증자 공시에 사흘 앞서 이수페타시스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고, 회사는 조회공시에 ‘미확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겨우 나흘 만에 가능성이 사실이 됐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공시된 내용 외에는 언급할 사안이 없다"며 말을 아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