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지식재산(IP) 확장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팬층이 두터운 기존 IP를 활용해 신작 출시의 위험을 줄이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포켓몬’처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IP를 게임부터 웹툰, 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넓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킬러 IP 찾아라”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2024’가 14일 나흘간 일정으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이 행사는 3359개 전시 부스를 마련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참여한 업체도 44개국 1375곳에 달했다.
창사 30주년을 맞아 메인 스폰서를 맡은 넥슨은 자사 대표 IP ‘던전앤파이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로 출시 19년을 맞은 ‘장수 IP’다. 지스타에서 처음 공개된 횡 스크롤 액션역할수행게임(ARPG) ‘프로젝트 오버킬’은 던전앤파이터의 후속작으로, 기존 횡 스크롤 작품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시스템과 그래픽을 크게 개선했다. 같은 IP 기반의 ARPG ‘카잔: 버스트 버서커’도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개막 15분 만에 체험 대기 시간이 130분으로 늘었다.
넷마블은 기존 유명 IP를 게임화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회사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IP를 활용한 A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시연했다. 영상·만화 등에서 검증된 IP를 게임으로 만들어 게임 팬층은 물론 기존 작품의 팬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전날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역시 웹소설·웹툰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원작의 IP를 통해 이용자를 늘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래프톤은 신규 e스포츠 IP 확보를 위해 ‘PUBG: 배틀그라운드’ 이후 약 7년 만에 새로운 슈팅 게임 ‘프로젝트 아크’를 공개했다. PUBG와 달리 톱다운 시점을 채택해 차별화했다. 현장에서 e스포츠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전 행사를 진행하며 초기부터 e스포츠 육성에 나섰다. 배틀그라운드가 출시 초기 e스포츠로 인기를 얻으며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한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다. ○검증된 장르로 승부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서브컬처 등 국내 게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장르의 신작도 대거 발표됐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와 하이브IM은 각각 MMORPG 신작 ‘프로젝트 Q’와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MMORPG에 치중된 게임 개발에 대한 지적이 있지만,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히 MMORPG가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며 “장르 다변화가 이뤄져도 MMORPG가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은 서브컬처 게임 신작도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은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 신작 ‘몬길: 스타다이브’를 소개했다. 기존에 MMORPG 중심으로 게임을 내온 웹젠은 서브컬처 ARPG ‘드래곤소드’와 수집형 RPG ‘테르비스’ 2종을 발표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지스타에서 기업을 대상으로만 시연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부산=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