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5: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이 전북 전주 대한방직 개발 사업에서 1000억원 넘게 자금보충을 약속하면서 대주단 모르게 골프장을 담보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여러 부동산 사업을 함께 한 시행사 자광이 롯데건설에 골프장 담보를 따로 제공해 리스크 없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캐피털사,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은 롯데건설이 골프장 담보권을 행사해 자금을 먼저 회수해갈 순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롯데건설 1000억 ‘통큰 변제’ 이유 있었다…골프장 담보 받아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전주 대한방직 개발 사업 브릿지론 변제금 1046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물인 세종레이캐슬CC 매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브릿지론 자금보충 약정 때 시행사 자광으로부터 담보물로 세종레이캐슬CC를 받았다. 세종레이캐슬CC는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 위치한 27홀 규모 골프장이다. 홀당 80억원 수준으로 보면 2000억원 이상의 가치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이 제공받은 골프장 담보의 한도는 2080억원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이 개발 사업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해 후순위 채권 880억원 등에 1046억원을 채권자에게 변제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대한방직 개발 사업 브릿지론 변제를 두고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섰단 평가가 많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롯데건설은 우군 시행사인 자광을 통해 일종의 ‘무위험 보증’에 나섰던 셈이다.
든든한 우군 시행사 사업…후순위에 담보물 제공 ‘이례적’시행사가 후순위 브릿지론에 따로 담보물을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후순위 브릿지론에 자금보충을 약정하게 된다. 손해 날 수 있다는 각오로 신용을 제공해주는 성격이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2월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시공사 지위를 내려놓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기로 결정했던 사례가 일반적이다. 대우건설은 이때 별도의 담보물을 제공받지 않아 자체 자금으로 손실을 감당했다. 롯데건설은 이번 변제로 손실 날 가능성이 작다. 이번 대한방직 사업 관련 도급 계약을 맺지도 않았다.
대한방직 개발 사업은 사업비만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전북 전주 최대 개발 프로젝트다. 옛 대한방직 공장이 있던 23만565㎡ 부지에 470m 높이 143층 규모 타워와 200실 규모 호텔, 아파트 4000가구, 오피스텔 558실 등을 짓는 복합 개발이다. 2017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시행사 자광은 부지 매입을 위해 2347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이중 후순위 채권 880억원을 포함해 1046억원어치 채권에 자금보충을 약정했다.
“담보 제공 몰랐다” 다른 대주단 반발…대응 나서다른 대주단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선순위 및 중순위 대주단은 자광이 롯데건설에 다른 대주단 몰래 담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자광은 롯데와 여러 사업을 함께 하며 성장한 시행사다. 업계에서는 자광을 롯데의 계열사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 출신 전은수 자광 대표는 성복역 롯데캐슬을 비롯해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개발 사업 등으로 호흡을 맞췄다. 담보물인 세종레이캐슬CC도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한몸처럼 끈끈한 관계인 이들이 저축은행, 캐피털로 구성된 대주단에 제공하지 않은 담보물 거래로 이익을 챙겨줬다는 분석이다.
대주단은 롯데건설에 담보 제공 대신 자광이 세종레이캐슬CC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골프장 담보 대출을 받았다면 연 15%에 달하는 높은 금리로 사업성 악화를 일으킨 후순위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대주단은 롯데건설의 담보권 행사에 대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브릿지론 공동 주관사는 롯데건설의 세종레이캐슬CC 담보권 행사 관련 법률 검토를 실시했다. 법률 검토를 통해 브릿지론 대출 약정서상 후순위 채권자인 롯데건설이 선순위와 중순위 대출 채권자보다 먼저 담보권 행사를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선순위와 중순위의 LTV(담보인정비율)는 약 40%로, 부지를 매각해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며 “롯데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