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징계 없이 사직 처리한 대한항공…대법 "배상 책임"

입력 2024-11-14 11:31
수정 2024-11-14 11:50

직장 내 성폭력 가해자를 별도로 징계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대한항공의 처분은 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14일 A씨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대한항공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A씨는 2017년 7월 탑승 수속 과정 중 발생한 보안사고 보고 과정에서 직장 상사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A씨는 2019년 12월 성폭력 사건 등에 관해 조사와 징계를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A씨와 B씨에 대한 면담과 조사를 거쳐 B씨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은 뒤 징계 절차 없이 사직 처리했다.

A씨는 2020년 7월 "회사가 성범죄 방지에 대한 주의 의무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대한항공과 B씨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가해자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대한항공과 B씨가 A씨에 각각 1500만원,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강간미수 행위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대한항공의 직원인 B씨의 사무 집행에 관해 발생한 사고이므로, 대한항공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B씨를 징계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직 처리한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300만원의 위자료를 회사가 추가로 지급하도록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항공은 A씨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은 채 A씨에게 단순히 B씨의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 전달함으로써 A씨에 대한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