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환율 전쟁 벌써 불붙었다…트럼프 2.0시대

입력 2024-11-13 17:55
수정 2024-11-14 01:32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글로벌 무역·환율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세계 주요 국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고, 일부 국가는 인위적인 자국 통화 가치 절하로 관세 인상의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25%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는 미국 행정부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며 “구조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보복관세를 부과할 제품을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역시 핵심 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등의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 전쟁의 전운도 드리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수 있다”며 “인도 중앙은행은 루피화 약세를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매기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5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달러 가치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이른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80년대 독일과 일본의 통화를 절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엔화 등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여 미국 수출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무역 차르’(Trade Czar)로 임명될 것이 유력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