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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3대 지수가 12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3대 지수가 동반 하락 마감한 것은 지난 4일 후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지수가 단기 급등하면서 과열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연일 급등하는 것도 ‘트럼프 랠리’에 제동을 걸었다. 주식보다 안전한 국채가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美 국채 금리 0.1%포인트 이상 급등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12%포인트 올라 연 4.433%까지 뛰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8%포인트 상승해 연 4.344%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면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등 각종 정책이 불러올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은 지난 2년간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단행한 뒤 올 9월부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Fed의 통화정책에 다시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도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당 중 한 당이 백악관과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재정적자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는 오른다. 마크 말렉 시베르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시장이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Fed는 국채 금리 급등을 당장 통화정책에 반영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보기에 국채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율 반등보다는) 경기 하방 위험이 약해지고 경제 성장이 더 개선된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채권금리가 (어느 정도 레벨에서) 안정을 찾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숨 고르기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랠리에는 제동이 걸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86% 하락한 43,910.98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9% 내린 5983.99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09% 밀린 19,281.40으로 집계됐다. S&P500지수는 지난 5일 동안 1년 내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 반락 마감했다. 높은 국채 금리는 증시에 악재다. 시장금리가 높으면 기업들의 현재 가치 평가에 반영하는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크리스 몬터규 씨티그룹 수석전략가는 “미국 대선 이후 주식 상승세는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 따르면 대선 이후 경제 성장에 관한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미국 주식의 투자자 노출(익스포저)이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투자은행 제니몽고메리스콧의 댄 완트롭스키 리서치부문 부책임자는 “내년 1분기로 접어들 때 미국 주식에 대해 차익 실현 조정장 또는 심지어 하락장이 나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