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통신비 인하를 주문했다. 지난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라고 압박한 데 이은 또 한 번의 공개 요구다. ○“LTE·5G 요금제 역전 손봐야”
유 장관은 1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을 면담했다. 그는 CEO들에게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더 낮출 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통신 현안과 관련한 주요 논의가 이뤄졌다. 유 장관은 통신업계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크게 다섯 가지로 진단했다. 통신비 부담 완화를 비롯해 △통신시장 경쟁 촉진 △불법 스팸처럼 통신을 매개로 한 각종 불법행위 근절 △중·소상공인 지원 △인공지능(AI) 투자 등이다. 그는 “고품질 서비스를 합리적인 요금으로 제공하면서 시장 생태계를 건강하게 가꿔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 장관이 주문한 ‘통신비 완화’의 핵심은 LTE 요금제다. 유 장관은 “5G 요금제 인하 및 중저가 요금제 신설로 LTE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역전 현상’을 손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신 3사는 이 자리에서 “연내 5G보다 비싼 LTE 요금제는 가입을 중단시키겠다”고 합의했다. KT는 내년 1분기까지 LTE와 5G 요금제를 통합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른 시일 내 통합 요금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LTE가 5G에 비해 5분의 1 정도 속도가 느린데도 이용자가 더 비싼 요금을 내선 안 된다는 게 정부와 국회의 지적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5G 요금제 최저 구간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반면 LTE 요금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작았다. 최저 요금제를 기준으로 했을 때 LTE 요금제와 5G 요금제 간 차이는 지난해 1만4000~1만6000원에서 올해 3월 이후 4000~6000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KT가 올해 1월 3만7000원짜리 5G 요금제를 새롭게 신설하면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올해 3월 각각 3만9000원, 3만7000원짜리 5G 요금제를 내놨다.
평균 4만7000원이던 통신 3사의 5G 최저 요금제는 올해 3월 이후 평균 3만7600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에 25%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하면 월 2만원대 5G 요금제도 가능하다. 공시 지원금이나 선택약정 할인을 받지 않고 가입하는 ‘다이렉트 요금제’로는 2만7000~3만원 수준까지 요금이 내려간다. 이 요금제도 올해 신설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문에 따라 5G 중간 요금제를 신설하고 최저 구간을 낮춘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또다시 요금 인하 주문이 날아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LTE 이용자도 5G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도록 이용약관을 고쳤는데도 LTE 요금 인하를 주문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영업이익률 한 자릿수인데…유 장관은 선택약정 할인 제도와 관련해 24개월 약정을 선택한 경우 12개월 약정보다 중도 해지 위약금이 더 크게 발생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통신업계가 국민의 관점에서 불편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더 편리하고 안심할 수 있는 통신 이용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국민 신뢰도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 장관이 통신 3사에 요구한 것은 통신비 완화만이 아니다. 알뜰폰이 통신 3사 체제에서 실질적인 경쟁 주체로 성장하도록 협력해달라고도 했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에 내는 도매대가를 낮추는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통신 3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99%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대로면 올해도 한 자릿수대 평균 영업이익률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 AT&T 등이 해마다 20%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지은/이주현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