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론자가 항체약물접합체(ADC)로 대표되는 바이오접합체 전용 생산시설을 두 배로 늘린다.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도 ADC 생산시설 가동을 준비 중인 가운데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앞두고 CDMO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론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바이오접합체 대량생산을 위해 1200L 규모 신규 제조시설 두 곳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2000㎡(약 600평) 크기의 새로운 제조시설은 스위스 비스프에 지어지며 2028년 실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설이 완공되면 론자의 바이오접합체 생산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난다.
지난해 매출 67억 스위스프랑(약 10조7000억원)을 올린 론자는 매출 기준 세계 1위 CDMO 기업이다. 바이오접합체 분야에서는 2006년부터 7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00 배치(바이오의약품 1회분 생산 단위) 이상의 의약품을 만들어 왔다.
론자의 이번 투자는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를 의식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은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법안으로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도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법안의 영향으로 실제로 우시바이오로직스와의 거래를 줄여야 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다른 생산자를 찾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7~8년 뒤 법안이 본격 실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CDMO 기업들이 우시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간 이유다.
게다가 우시는 아시아 CDMO 중에서도 ‘ADC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CDMO 기업들은 ADC 생산역량을 강화해 관련 수주를 따오려는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크리스찬 모렐로 론자 바이오접합체 헤드(부회장)은 “ADC와 같은 의약품들이 계속해서 상용화되면서 바이오접합체 분야는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투자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바이오접합체 생산역량을 키우고, 고객사들의 요구에 대응해 유연한 생산을 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ADC 역량강화에 나선 것은 론자뿐만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인천 송도에 ADC 전용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연내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러큐스 생산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다.
일본의 후지필름 역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현재 14만L에 불과한 전체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75만L로 키우고, ADC 전용 공장도 신설할 계획이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도 지난 2월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카탈란트를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매출 기준 세계 2위 CDMO 기업인 카탈란트는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도 50개 이상의 생산시설을 보유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을 통한 우시바이오로직스 압박, 노보홀딩스의 연내 카탈란트 인수 마무리 등 글로벌 CDMO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며 “국내외 상위 및 신흥 기업들이 신규 모달리티 생산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점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4년 11월 13일 17시17분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