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3일 14: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6.7%를 확보할 때 주당 평균 매수단가가 약 87만156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장내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지만 아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진행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매수단가인 89만원보다도 MBK 연합의 평균 매수단가가 낮다. 시장에선 '실탄'이 여전히 충분한 MBK 연합이 언제까지 장내매수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 연합은 공개매수로 지분 5.34%(110만5163주), 장내매수로 지난 11일까지 지분 1.36%(28만2366주)를 확보하는 데 총 1조2094억원을 투입했다. 주당 평균 매수단가는 약 87만1560원이다.
MBK 연합의 장내매수 평균 단가는 103만4400원에 달한다. 장중 130만원이 넘는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매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매수 단가가 83만원인 만큼 전체 주당 평균매수 단가는 아직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단가인 89만원보다 낮다.
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는 데 투입한 1조2094억원 중 실질적인 펀드 자금은 3661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공개매수 때는 자금의 80% 이상을 차입금으로 냈고, 장내매수 때는 차입금 비중이 30% 수준이었다. MBK 연합은 차입금을 대거 동원했지만 NH투자증권에 뚫어놓은 한도 대출 1조7150억원 중 절반 이상인 8748억원이 남았다.
업계에선 MBK 연합이 추가 장내매수에 나설 '실탄'은 충분하고, 평균 매수단가 역시 아직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MBK 연합이 최 회장 측과 공개매수 단가 인상 경쟁을 이어가지 않은 게 장내매수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MBK 연합의 고려아연 장내매수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MBK 연합은 시장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에도 NH투자증권을 통해 1만1100주의 고려아연 매수가 이뤄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NH투자증권의 고려아연 매수량은 7450주다. MBK 연합의 장내매수 패턴을 분석하면 NH투자증권의 매수 수량의 약 60%가 MBK 연합 측의 주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MBK 연합은 NH투자증권이 자유재량 매매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매수하도록 권한을 일임했다. MBK 연합이 준 포괄적 매수 가이드라인 아래에서 NH투자증권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자유재량 매매 방식의 특징은 매수의 가장 큰 목적이 '저가 매수'가 아닌 '변동성 최소화'라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은 주가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가보다 호가 단위가 두 칸 이상 높은 주문은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BK 연합은 시세 조종 우려를 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MBK 연합이 장내매수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주목하고 있다. MBK 연합이 장내매수를 중단하는 시점에 고려아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MBK 연합은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처음 시작할 때 지분 6.98% 이상 확보를 최소 매수 조건으로 걸은 바 있다. 지난달 4일 정정신고서를 내며 이 조건을 없앴지만 MBK 연합이 당시에는 6.98% 이상은 확보해야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고, 최 회장 측 우군이 이탈하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MBK 연합의 계산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당초 최소 매수 목표치는 거의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45.42%인 MBK 연합이 의결권 기준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83만1271주를 더 장내에서 매수해야 한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주가인 104만9000원에 해당 지분을 사들이려면 872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 된다. MBK 연합이 추가 장내매수로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게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