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지기 전에 쓸어담자"…뭉칫돈 '1870조' 몰린 곳이

입력 2024-11-13 11:59
수정 2024-11-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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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열 달 동안 전 세계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금액이 2021년 연간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 시기에 앞서 11월 미국 대선 이전부터 투자를 서두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전 세계 ETF 산업에 순유입된 금액이 1조4000억달러(약 1970조원)에 달해 2021년 역대 최대 기록인 1조3300억달러(약 1870조원)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은 채권 ETF에서 매수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1~10월 채권 ETF 순유입액은 376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고 기록인 3310억달러보다 13.6% 많은 금액이다. 카림 체디드 블랙록 지역투자 전략 책임자는 "대부분의 경제권에서 금리 인하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직 금리가 높을 때 (채권 ETF로)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욕구가 매수 열풍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을 앞둔 10월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ETF에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10월 ETF 투자금은 1880억달러로 지난 7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10월 유럽 상장 고수익 채권 ETF 순매수 규모는 21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순매수 규모다. 체디드 책임자는 "고수익 채권이 거래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 중 상당수가 유럽 고수익 채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유럽의 경제 데이터가 채권 투자에 적합한 '골디락스'(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ETF도 금값 상승과 함께 매수 심리가 회복됐다고 FT는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 원자재 시장 전반에 64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그 결과 올해 1~10월 누적 기준으로 원자재 ETF 순유입액은 54억달러 흑자를 냈다. FT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원자재 ETF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원자재 ETF는 총 284억달러의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ETF 순유입액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식형 ETF에는 올해 1~10월에 9270억달러가 몰렸다. 10월 한 달 동안 미국의 주식형 ETF에는 755억달러가, 신흥시장에는 294억달러가 유입됐다. FT는 중국 당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투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 플러드 모닝스타 분석가는 "중국 외부에 상장된 ETF를 기준으로 10월 한 달 동안 117억달러가 유입됐다"며 "이는 역대 월 최고 기록인 2022년 6월의 49억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ETF 연간 순유입액은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에 따르면 11월 5일 미 대선 다음날인 지난 6일 하루 동안에만 222억달러가 ETF에 몰렸다. 2020년 선거 다음 날 ETF로 순유입된 금액(49억달러)보다 4배 더 많다.

다만 올해의 ETF 투자 열풍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체디드 분석가는 "올해의 매수는 강력한 시장 수익에 힘입은 것"이라며 "매년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