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20일, 자사몰은 60일"…중개·직매입 '한몸'에 이중규제 우려 [광장의 공정거래]

입력 2024-11-13 07:40
수정 2024-11-13 09:19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온라인 유통업계 규제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온라인 중개 거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지난달 18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보고 판매대금의 정산 기한과 별도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는 당정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복수의 안 중 하나를 최종 선택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특별법 적용으로
그동안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 일명 '오픈마켓'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왔다. 법은 대규모 유통업자가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받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대신 납품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를 '중개'만 하는 오픈마켓 사업자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의 통신판매중개업자(제2조 제4호)로서 소비자 보호 의무를 졌다. 동시에 입점 업자와의 관계는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일반 법률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규율해왔다.

문제는 입점 업자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문제 된 일부 사례(대법원 2011. 6. 10. 선고 2008두16322 판결 등)를 제외하면 적극적 법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티몬·위메프 사태는 결국 대규모유통업법이라는 '특별법' 적용의 기폭제가 됐다.


기존 플랫폼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
이번 개정방안은 기존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법에 포함하는 '원포인트 핀셋' 개정이다.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 틀이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하지만 몇 가지 쟁점이 눈에 띈다. 우선 자사 몰을 운영하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까지 다수 온라인 사업자들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해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 플랫폼과 새로이 법 적용을 받게 될 플랫폼 간 규제의 정합성을 따져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적용 범위와 의무 수준에 차이가 있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은 '상품' 거래만 규제받지만, 중개 거래 플랫폼은 '용역'까지 포함된다. 정산 기한도 기존 플랫폼은 40~60일인데 중개 거래 플랫폼은 20일이다. 판매대금 관리의무도 중개 거래 플랫폼에만 새롭게 부과된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온라인 사업자들이 직매입과 중개 거래를 함께 운영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동일 플랫폼 내에서 거래유형별로 다른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 사업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규제의 실효성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면밀한 검토와 균형 잡힌 접근 필요
공정위는 신속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발의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강민국 의원 대표 발의)은 대금정산기한과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어떤 사전규제를 도입할 것인지, 불공정행위 규정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기존 법과의 충돌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규제는 양날의 칼이다. 입점 업자 보호라는 공익도 중요하지만, 플랫폼의 혁신과 효율성이라는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과도한 규제는 자칫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수 있다. 형평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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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ㅣ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파트너)로 부당한 공동행위, 부당지원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 기업집단규제 등 다양한 공정거래 사건에서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특히 서울대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한 배경을 토대로 공정거래 사건 중 소비자 관련도가 높은 유통 분야(대규모유통/프랜차이즈/대리점/플랫폼), 표시광고 분야 사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다수의 공정거래 관련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및 가맹사업법에 대한 온라인 주석서를 집필하였고, 2024년부터 (사)한국유통법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리걸타임즈에서 2021년, 2023년 및 2024년 공정거래 분야 Leading Lawyer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