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밀며 산 속 걷기"…남산자락숲길 '인기'

입력 2024-11-12 18:29
수정 2024-11-13 00:27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인 지난 7일 서울 중구 남산자락숲길 무장애나눔길은 가을 정취를 즐기는 주민으로 북적였다. 가파른 경사로 탓에 큰맘 먹고 올라야 했던 남산에 구두나 슬리퍼를 신고 온 등산객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날 반려견과 산책을 즐기던 구민 A씨는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평평해 체력이 좋지 않은 반려견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남산자락숲길은 중구 동쪽 끝인 무학봉공원에서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5.14㎞ 길이다. 계단이 없고 목재 덱과 흙길이 갈지(之)자 모양으로 배열돼 있다. 경사는 8도로 완만한 편이다. 구 관계자는 “눈길에도 유모차와 휠체어, 임산부와 노약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관내 어느 곳이든 15분 안에 남산자락숲길에 접근할 수 있는 ‘숲세권’으로 만들고자 이 숲길을 조성했다. 지난 4월 개통한 이곳은 하루 평균 2000명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외에 서울 전역에서 ‘나들이족’이 몰린다. 이날 서울 성동구에서 온 한 걷기 동아리 회원은 “평소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내려 성곽길을 따라 빙 돌아가야 숲에 도달했는데 3호선 약수역 근처에도 진입로가 생겨 등산하기 쉬워졌다”며 만족했다.

남산자락숲길 일대는 자연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새 모형이 곳곳에 설치됐고 비오톱 등 남산 숲속에 서식하는 생물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유용하다. 곤충전, 숲밧줄놀이, 숲 태교 교실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매봉산 중구 유아숲체험원 역시 학부모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구는 버티고개 생태육교에서 반얀트리호텔로 이어지는 마지막 730m 구간을 조성하고 있다. 올 12월 말 완공되면 남산둘레길 및 서울로7017과 연결돼 동쪽 신당동에서 서쪽 중림동까지 이르는 보행 녹지축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김길성 구청장(사진)은 “동별로 하나 이상의 남산 접근로를 만드는 등 모든 구민이 숲세권에서 산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