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거래 가장해 200억 범죄수익 세탁…잡고보니 전직 경찰

입력 2024-11-12 18:00
수정 2024-11-13 00:25
상품권 업체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수익 200여억원을 세탁해준 전직 경찰관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조만래)는 사기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상품권 업체 대표 A씨(65)와 공동운영자 B씨(63)를 구속 기소하고, 업체 직원 C씨(55)와 보이스피싱 조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정년퇴직한 경찰관으로, 보이스피싱을 수사하는 일선 경찰서 지능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작년 7월 말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 동안 166회에 걸쳐 208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을 현금으로 바꿔준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표 인출책이 A씨 업체에 수표를 건네면 상품권을 지급하면서 적법한 거래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가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에게 건네면 상품권을 돌려받는 식으로 거래했다.

지난 2월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던 검찰은 조직원 D씨와 E씨가 보이스피싱 수익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인출 수표가 상품권으로 교환된 것을 포착하고, 이들 계좌를 분석해 세탁 정황을 인지했다. 이후 법인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A씨 업체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범죄수익을 세탁해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지난달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금고 속 현금 20억원과 상품권 8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지난달 22일에는 A씨 등 3명을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 장부와 통화 내역을 확인해 돈세탁 및 사기 혐의를 인지했다”며 “해당 업체에서 압수한 금품은 추징보전 절차로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