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대표직에 복귀했다. 16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지만 안국약품의 기업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2일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대표직에 올라 기존 원덕권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어 부회장과 직원 정 모씨에게 징역 8월, 안국약품에게 벌금 1500만원을 각각 확정했다. 직원에게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해 임상시험을 진행시키고 비임상시험 자료를 조작해 임상시험계획(IND) 허가를 받은 혐의다.
안국약품은 2016년 1월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이던 혈압강하제를 투약하고 시간 경과에 따라 1인당 20회씩 총 320회 혈액을 채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같은해 6월에는 항혈전응고제를 직원 12명에게 투약해 1인당 22회씩 총 264회 채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7년에는 5월 항혈전응고제 개발 과정에서 비글견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실패하자 시료를 일부 바꿔치기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지난 10월 출소한 어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복귀한 데는 16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어 부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 고 어준선 명예회장으로부터 2022년 안국약품 지분 20.35%(약 260억원 상당)를 상속 받아 총 43.22%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어 부회장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약 16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 부회장은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공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업상속제도는 피상속인이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 주는 제도다. 다만 상속인이 상속세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어 부회장의 신고기한은 지난해 2월로 내년 2월이 되기 전에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각종 불법 행위의 중심에 있는 어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어 부회장은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도 2029년 7월부터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