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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3대 반도체 제조업체가 "각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을 요구하는 추세가 반도체 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했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단 경고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일렉트로니카 2024'에서 독일 반도체회사 인피니언,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반도체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회사 NXP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각국의 산업 정책이 국수주의적으로 돌아서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요헨 하네벡 인피니언 CEO는 "반도체산업은 공급 측면에서 파편화가 일어나고 있고, 관세로 인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마크 셰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CEO는 "중국용 반도체, 서방용 반도체를 각각 만들기 위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재료와 공정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커트 시버스 NXP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면서도 "어떤 국가도 반도체 산업을 지배할 수 없고, 세계와 동떨어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설령 한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그 어떤 소비자도 기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은 앞다투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안을 내놓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1일 일본의 반도체 및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10조엔(약 9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역내 반도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반도체법'을 승인했다. 430억유로(약 64조원)를 투입해 자체적인 생산역량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반도체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