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2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연말 북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두고 장기 CP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회사채 시장에서 존재감이 줄어들자 장기 CP로 우회 조달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달 중 1년6개월물 100억원, 2년6개월물 1100억원 등 총 1200억원어치 장기 CP를 조달할 계획이다. 금리는 연 3.575~3.716%로 책정했다. 롯데지주는 오는 29일 1200억원어치 단기 CP 만기가 도래한다. 보유 중인 단기 CP를 장기 CP로 교체하면서 차입구조 장기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그룹이 유통 계열사인 코리아세븐도 장기 CP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8일 1000억원어치 2년물 장기 CP를 찍었다. 앞서 코리아세븐은 지난달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하면서 증액 발행에 실패했다. 당시 500억원 모집에 37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에 확보하지 못한 금액을 CP 시장에서 추가 조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도 지난달 30일 2200억원 규모 장기 CP를 발행했다. 1년6개월 만기로 금리는 연 3.55% 수준이다.
롯데그룹 신용도 하향 이슈로 공모채 시장 대신 CP 시장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될 우려에 떨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신용등급이 기존 ‘AA-’에서 ‘A+’로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리아세븐도 신용도 하향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리아세븐 신용등급을 모두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린 상태다.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꾀한 데 따른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기준 274.7%에서 지난 6월 478.7%로 뛰었다.
롯데그룹은 장기 CP 시장을 주로 찾는 편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실적 둔화 등으로 그룹 전체의 크레딧 리스크가 꾸준히 제기된 탓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는 장기 CP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당장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한동안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CP를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선 내년 초부터는 롯데그룹이 다시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기업금융 부서 관계자는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인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의 크레딧 리스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연초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회사채 조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