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0만원' 아파트 수두룩…서울 '월세 시대' 열렸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4-11-14 06:30
수정 2024-11-14 16:47

가을 이사철이 열리면서 서울 아파트 월세 시장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밀려나고 있는 탓입니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의 10월 월세지수는 118.0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가격을 살펴봐도 월세 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집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9월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보증금은 1억9600만원, 월세는 132만7000만원입니다. 강남구의 경우에는 3억9000만원의 평균 보증금에 250만원의 월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익률 측면에서 높은 수치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시세 차익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10%에 가까운 수익률입니다. 아파트도 이제는 월세를 받는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월세가 오르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 영향이 큽니다. 우선 장기간 정비사업을 규제한 영향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합니다. 올해와 내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5가구)' 입주로 숨통이 트였지만, 2026년과 2027년은 두 해를 통틀어 서울 입주 물량이 1만5000가구에 불과합니다. 그나마도 정비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신규 공급은 몇천 가구에 불과할 겁니다.

여기에 더해 비아파트 수요자들이 아파트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는 수요 집중화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특히 서울이 문제인데, 서울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가 43.5%(2022년 기준)에 불과해 비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이 여타 도시와 다르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세의 마녀화’도 월세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단순한 전세금 미반환 문제까지 ‘전세 사기’라는 자극적인 말로 포장하니 집주인들이 전세 임대차시장에서 떠나고 있습니다. 전세 아니면 월세를 살아야 하니 아파트 월세가 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월세는 전세금을 환산해 책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급 부족과 수요 집중으로 전셋값이 오르니 월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금리가 낮아지면 월세 수익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돼 월세 시대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 번 올라간 월세는 다시 떨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가장 실수요에 가까운 임대차계약이라 하방경직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초고가 월세 시장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11월을 기준으로 서울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상위 10개 월세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852만5000원을 받았습니다. 이 월세 평균가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21년 대비 1.27배 늘어난 액수입니다.

주거 선호 지역에서는 아파트 월세도 가파르게 오르며 월세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더프레지던스' 전용 59㎡는 보증금 1억에 400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습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 전용 84㎡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2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과거 아파트는 시세차익형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월세가 많이 오르다 보니 월세수익형 상품으로 소개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시세차익과 월세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으니 아파트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월세 시대가 정부의 규제로 인해 등 떠밀리듯 열리는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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