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주의자" 대체복무 신청했지만…대법 "양심의 자유 아냐"

입력 2024-11-12 12:00
개인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 복무를 하고자 소송을 냈지만 하급심에 이어 대법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는 지난 25일 A씨가 대체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대체역 편입 심사기준, 양심의 존재, 양심의 유동성 및 가변성, 교정시설 복무 의사와 군 복무 거부 신념의 관계, 대체역 복무 이행 의지의 확인 및 그 심사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9년 8월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대상자 처분을 받았고 2016년 2월까지 대학교 졸업 예정을 사유로 징집을 연기했다. 이후 자격시험 응시, 대학교 편입 및 대학원 진학 등을 이유로 2020년 6월까지 입영을 미뤘다. 이후 병무청장은 2020년 10월 A씨에게 '2020년 10월 19일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라'는 현역병 입영 통지를 했다.

이에 A씨는 “사회주의자로서, 자본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의 폭력기구인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고 대체역으로 복무를 이행하고자 한다"며 대체역심사위원회에 대체역 편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체역심사위원회는 대체역 편입 신청을 기각했고, 병무청장은 다시 현역병 입영 통지를 했다.

그런데도 A씨가 입영을 거부하자 병무청장은 그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A씨는 대체역심사위원회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결정했다. 우선 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입영 통지 취소 소송은 "종전에 있었던 현역병 입영 처분에 관해 다시 의무 이행일을 정해 알려주는 연기통지에 불과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독립한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대체역심사위원회의 대체역 편입신청 기각 결정도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양심상의 결정은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보호 영역에 속하는 개인적 인격의 정체성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 자신의 사상과 가치관의 실현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며 "타인이나 사회공동체에 대해 자신의 사상과 가치관을 실현하고 정신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상 실현의 자유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의 진술에 의하면 원고는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 목적, 주체, 동기, 조건, 상황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고, 원고가 주장하는 사회주의 사상의 실현·보호 등을 위해서는 원고 자신도 이에 가담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그 개념 설정이나 판단기준이 모호하고 가치판단에 따라 수시로 변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원고는 피고 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교정기관도 국가폭력의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는 등으로 교정기관에서의 대체복무가 ‘자본주의 국가가 행하는 공권력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원고의 양심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피고 위원회가 위와 같은 원고의 진술 등을 근거로 대체역 복무 이행에 대한 진지하고 확고한 의지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제출된 증거에 이 법원의 원고 본인 신문 결과를 종합해 보더라도, 원고의 사회주의 신념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인 것으로서, 대체역 편입신청의 이유가 되는 양심에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