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유래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치료제를 투여한 파킨슨병 환자들이 치료 1년 만에 배드민턴 탁구 등을 칠 정도로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겐 에스바이오메딕스에서 제조·공급한 세포 치료제가 활용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이필휴 신경과 교수와 장진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세포치료제 저용량과 고용량을 이식한 뒤 수술 1년 뒤 경과를 관찰한 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체 투여 환자 12명 중 저용량(315만개 세포)과 고용량(630만개 세포)을 각각 투여한 지 1년이 지난 환자를 3명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파킨슨병 증상을 심각도에 따라 1~5단계(단계가 높을수록 증상 심각)로 구분한 호엔야척도에서 평균 3.7단계였던 저용량 투여자는 약물 투여 후 3단계로 19.4% 증상이 호전됐다. 고용량 투여자에서는 3.7단계에서 2단계로 평균 44.4% 호전됐다. 고용량 투여 환자는 중증 파킨슨 상태에서 질병 초기 상태까지 호전됐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파킨슨 평가척도에선 저용량 투여자는 12.7점이 줄어 22.7% 정도 증상이 나아졌고 고용량 투여자는 13점 줄어 25.3% 개선됐다. 파킨슨 평가 척도는 객관적인 운동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하다는 의미다.
걸을 때나 방향을 바꿀 때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추는 보행 동결 부작용은 저용량 투여자 2명 중 1명에서 아예 사라져 50%가 호전됐다. 고용량 투여자 3명은 100% 이런 증상이 사라져 정상으로 회복됐다.
연구진은 일부 투여 환자는 1년 뒤 파킨슨 평가척도가 40.7%(22점 감소) 떨어져 해당 치료제가 파킨슨병 치료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환자 중엔 투여 1년 만에 배드민턴과 탁구를 치기 시작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 치료 대상으로 포함된 환자 상당수는 도파민 약물치료에도 약효가 떨어지는 약효소진현상을 보였거나 걷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중 1명이 주변부에 경미한 출혈 증상을 호소했지만 이식부위와는 관련이 없는 곳이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특이한 신경학적 이상소견이나 부작용도 없었다. 임상시험계획에 따라 병원 연구진들은 이식 후 2년까지 추적 관찰하며 경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파킨슨병을 오래 앓던 환자가 투여 후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게 된 만큼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것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