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ETF' 상장 첫주 평균 수익률 2%대 양호…순항할까?

입력 2024-11-12 16:09
수정 2024-11-12 16:11

한국거래소는 지난 4일 코리아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2종과 상장지수증권(ETN) 1종을 상장했다. 올 들어 극심한 한국 증시 소외 양상이 이어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조치다. ETF의 성공을 위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증권 유관기관이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는 데도 협의했다. 출시 후 첫 1주일 성적표는 양호했다. 평균 2%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 장기 전망은 엇갈린다. 이미 관련 종목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데다 강력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는 중국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대형 우량주가 지수에 다수 편입된 만큼 장기 투자한다면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밸류업 ETF 출시 1주일 성적표는 지난 4일 출시된 밸류업 ETF는 총 12종이다. 9개 종목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3개 종목은 펀드 매니저가 편입 종목을 선택하는 액티브로 출시됐다. 패시브 ETF 운용사는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신한·키움투자·한화·NH-아문디·하나자산운용 등이다. 액티브 ETF는 타임폴리오·삼성액티브·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출시한다. ETN은 삼성증권에서 발행한다.

출시된 후 1주일간(11월 4~8일) 밸류업 ETF는 평균 2%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0.74%)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타임폴리오의 액티브 상품인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다. 수익률 2.60%다. SK하이닉스 비중을 14.96%까지 높인 것이 수익률에 도움을 줬다. ‘HANARO 코리아밸류업(2.28%)’ ‘RISE 코리아밸류업(2.18%)’ ‘1Q 코리아밸류업(2.18%)’ ‘SOL 코리아밸류업TR(2.13%)’ ‘KOSEF 코리아밸류업(2.13%)’ ‘ACE 코리아밸류업(2.09%)’ ‘TIGER 코리아밸류업(2.01%)’ 등도 2%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 꼴찌는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였다. 수익률은 1.18%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9개나 동시 출시되는 만큼 사실상 운용 보수가 낮은 운용사 상품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신탁원본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2040억원)과 KB자산운용의 운용 보수가 0.008%로 가장 낮다. 신탁원본액 2위(1130억원)인 삼성자산운용도 0.0099%의 낮은 운용 보수를 내세웠다. ○밸류업 ETF 성공할까증권가에선 밸류업 ETF의 성공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단순히 배당이 높은 기업보다는 자사주 소각량이나 배당액이 늘어나는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올라가기 마련인데 밸류업 지수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요한 종목 편입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우상향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퇴직연금 계좌로 장기 투자하기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A운용사 본부장도 “대형 우량주가 다수 포진된 만큼 장기 투자한다면 투자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이 다수 편입되는 등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거래소는 연내 지수 리밸런싱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 밸류업 관련 종목 주가가 이미 급등한 것도 문제다. 지수 대표 편입종목인 신한지주는 올 들어 약 40% 올랐다. 최근 중국이 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하면서 배당을 노리는 투자 자금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도 국내 밸류업 ETF에는 악재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