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던 한국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이 두 배인 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배터리 등 신성장산업 지원 여력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한홍 의원(국민의힘)은 전날 이런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은 산업은행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다.
개정안은 산은의 법정자본금을 60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정자본금은 산은의 자본금 최대치이며, 실제 자본금은 최대주주인 정부의 증자 등으로 규모가 결정된다.
산은의 법정자본금은 1953년 출범 당시 4억환이었으며 1981년 1조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1995년 5조원, 1998년 10조원, 2009년 20조원, 2014년에 30조원으로 커졌다. 하지만 2014년부터 10년 동안 30조원에 묶여 있었다.
한국 경제와 산업이 발전하고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이 커지면서 산은의 자본금도 늘어났다. 지난 8월 말 기준 자본금은 26조3100억원으로, 법정자본금의 87.7%를 소진한 상태다. 법정자본금을 늘리지 않으면 산은이 산업 발전 지원이라는 핵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윤 의원은 지역결제 활성화, 방산·원전 신규 수주,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 신성장산업 등에서 다양한 정책금융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산은의 법정자본금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은은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반도체 지원 정책의 핵심인 17조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어 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중 2조원을 산은에 증자할 계획이며, 산은은 이를 통해 대출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2조원 증자를 받기 위해서도 법정자본금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
윤 의원은 산은이 보유한 한국전력 지분 때문에 한전이 적자가 나면 산은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도 법정자본금을 늘려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한전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작년 말 13.4%까지 하락했다. 위기 대응 최소치로 보는 15%를 밑돈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도 14.25%에 그쳤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