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국내 거래 가격이 해외 가격을 밑도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의 가상자산 거래 열기가 더 뜨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2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인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 지표'는 지난 10일 -0.88%로 집계됐다. 지난 7일에는 -1.97%까지 내려 지난해 7월 2일 -2.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비트코인이 더 비싸게 거래됐다는 의미다.
김치 프리미엄 지표는 국내외 거래소 가격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해외보다 약하다는 의미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점차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 '불장' 때 10% 가까이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반응이다.
2021년 당시엔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20%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경우 지난 2021년에는 30%, 2018년에는 50%까지 김치 프리미엄이 치솟은 적도 있다.
비트코인 상승장이 올 때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골칫거리로 꼽혔다. 개인의 미신고 해외 송금을 10만달러로 제한하는 외국환거래법과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열기로 인해 늘 국내 거래소 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승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어 오히려 해외 거래소 내 가격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옵션까지 승인하면서 기관투자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비트코인 ETF 옵션은 현물 ETF를 특정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상품이다. 위험 관리(헤징)와 수익 극대화(레버리지)가 가능해 기관투자자를 더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도중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취지의 파격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게 해외 투자자들의 심리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있다.
사상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과열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이 추산하는 '가상자산 공포 및 탐욕 지수'는 전날 기준 79로, 아직 80 이상의 '극도의 탐욕' 구간에 이르지 않았다. 이 지수는 비트코인이 종전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3월 90선을 넘은 바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