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항소심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 이익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이재용 회장의 이익을 위해 추진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11일 오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을 받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선 두 회사 합병 전후 주주총회와 주식매수 청구 절차 등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검사와 이 회장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검사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이 엘리엇 등 국내외 주주들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합병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은 "(합병을 앞두고)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가치는 고평가되고, 삼성물산은 저평가된 것에 대해 비판했다"며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이 회장이 당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 측은) 합병 성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전략 수립했고, 이 회장이 주도했다"며 "그 대응 전략에는 부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계획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은)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 아닌 이 회장의 이익을 위한 임의의 합병 시점 선택 등이 핵심임에도 (합병이) 양사의 실질적인 선택이라고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두 회사 합병 시점을 두고 "검사 측은 엘리엇이 (합병을) 부정했다고 하면서 합병 직후 비판이 본격화됐다고 주장하지만, 합병 발표 당일 두 회사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며 "양사 모두 이익이 된다고 시장이 인식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 측은 두 회사 합병은 이 회장의 승계 및 지배력과 무관하다고 홍보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지배력과 무관하다고 홍보한 사실이 없고, 증권신고서에도 목적으로 지분 구조,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이 회장이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여러 문건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합병 직전 순환출자 관련 발표도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순환출자 고리 내 두 회사 간 합병이 공정거래법상 예외에 해당한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관련 순환출자 규제가 새로 도입돼 해석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합병이 추진되기 전 발신된 이메일을 보면 (이 회장 측은) 합병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인식에 반해 허위로 신고했음이 명확히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 측은 순환출자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법무법인 광장은 큰 고리 기준으로 합병이라고 했고 이에 관련해 유권해석 받아보라고 했다"며 "법률 자문을 받은 대로 순환출자에 대해 인식하고 공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면 검사 측이 강조하는 사전검토는 이런 인식 자체를 못 찾은 것으로, 당시에는 순환출자에 대해 검토하는 내용에 불과했고, 이는 공정거래법 관련해 이 회장 측 인식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검사 측은 또 "미래전략실은 삼성증권에 합병 성사를 위해 매수청구권이 안 나오게 자사주를 살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한지 검토해보라 했고, 이에 따라 삼성증권 직원들은 자기 주식 매입 계획을 작성해 미래전략실에 보고했다"며 "이 사건 범행은 자기 주식 취득 자체를 시세조종에 이용한 것이고, 매수청구 기간 이후 매수율이 급감한 사실은 피고인들의 고의와 목적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기 주식 매입 의혹에 대해서 이 회장 측은 "사실 애초에 자기주식 매입 제도 자체가 시세에 일정한 영향을 주기 위해 도입됐고, 제일모직 자기주식 매입은 당연히 절차 모두 준수했다"며 "원심은 구체적인 매매 태양과 투자자 오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시세조종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