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미국 우선주의'가 강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한국도 얻을 것은 얻어내야 한다며 '핵 잠재력을 획득할 기회로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1일 국회 무궁화포럼(유용원 대표의원)과 한미우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미국 신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과 한미동맹의 새로운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이 다시 트럼프의 시대를 맞게 됐다.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핵 잠재력 획득'에 대해 언급했다.
한 대표는 우선 "자본의 국적이 대단히 중요한 세상이 됐다. 그런 세상을 가속해준 지도자가 트럼프였다"며 "우리는 다시 그 세상으로 간다"고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더 잘 살고, 우리 국민이 더 안전해지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 예상되는 대외정책 중 하나는 아시아 프리오리티(priority, 우선)"라며 "유럽 문제는 유럽에 맡기고 아시아에 집중하겠다는 거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압도적 조선업 기술에 대해 언급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핵 잠재력 획득은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지만, 핵무기를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그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농축재처리 기술 확보 문제를 세계질서 변화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고리로 '핵 잠재력 획득'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유용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동맹국에 보다 높은 기여를 요구하며, 한국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현실적인 부담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철저히 '거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동맹의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정한 이익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농축우라늄·재처리 기술 확보 등 '핵무장 잠재력'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을 협상하는 것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이상현 전 세종연구소 소장도 "트럼프는 유세 중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 9배 증액을 요구했다. 비현실적 요구이자 선거용 레토릭이지만 일부 증액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신의성실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고 합리적인 수준을 제시하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소장은 내년도 국방 예산이 61조5878억원이고,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이 1조5192억원 수준으로 합의된 점을 고려하면 "증액 여유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가 반대급부로 요구할 △원자력 농축 및 재처리 권한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선례를 따른 핵 추진 잠수함 등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 출신으로 국방위원장을 지낸 한기호 의원은 나아가 "핵무기에 대해서는 '우리도 핵무장 해야 한다'는 마지막 목표를 정해놓고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우주 전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어떻게 가느냐가 문제지 최종적으로는 가야 한다. 이를 트럼프 정부와도 거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