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주총 개최 시점 놓고도 치열한 수싸움… 최윤범 반격 카드 나올까

입력 2024-11-11 14:46
수정 2024-11-11 19:25
이 기사는 11월 11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히는 임시 주주총회의 개최 시점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르면 연내 법원 판단에 따라 임시 주총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법원 판단 전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임시 주총을 자진해서 열면 개최 시점을 최 회장 측이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에 응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MBK 연합은 지난달 28일 고려아연 이사회에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한 뒤, 이사회가 임시 주총 소집 절차를 밟지 않자 지난 1일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냈다.

MBK 연합은 임시 주총에서 14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임시 주총이 열리면 최 회장 측은 지분율 구도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MBK 연합의 지분율은 38.47%로 최 회장 측 지분율(18.01%)보다 앞선다.

최 회장 측이 백기사라고 여기는 우호 세력의 지분까지 더하면 34.41%에 달하지만 이중 한국투자증권(0.8%) 등이 이미 지분을 매각하면서 우호 세력 일부가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습 유상증자'를 추진한 탓에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다른 고려아연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는 점도 최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임시 주총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월 열릴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심문기일이 끝난 뒤 1~2주일간 진행되는 준비서면 제출 기간과 인용 이후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하면 이런 일정이 나온다.

수세에 몰린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소집 기한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선 심문기일 이전에 자진해서 MBK 연합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방법이다.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을 인용하면 임시 주총 소집일은 신청인인 MBK 연합이 정한다. 하지만 MBK 연합의 소집 요구를 고려아연 이사회가 받아들이면 임시 주총 소집일을 최 회장 측이 정할 수 있다.

임시 주총 소집을 받아들인 뒤 언제까지 반드시 주총을 열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통상 2개월 내로만 소집일 정하면 된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선 법원이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MBK 연합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되레 소집일을 늦추는 방법이다.

최 회장 측은 1월 말 또는 2월 초께로 임시 주총 개최 시점을 늦춘 뒤 그동안 또 다른 경영권 방어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에 신주를 우선 배정하고 우리사주조합을 우군으로 삼는 방안은 현재 금융감독원의 제동으로 사실상 추진이 쉽지 않게 된 상황이다.

최 회장 측엔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법이 남아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소각을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자사주 외에도 49만9696주(약 2.4%)를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난 8일 신탁 계약일 종료된 28만8703주(1.4%)는 직접적으로, 20만9993주(1%)는 간접적으로 보유 중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에 이 지분을 무상으로 넘기거나 시세보다 싼 가격에 넘길 경우 배임 우려가 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협력사인 트라피구라의 백기사 역할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이달 중순께 한국을 찾는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 이사 겸 차기 CEO 등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