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조원을 투입하는 경기 용인 기흥 연구개발(R&D) 단지 등 ‘반도체 R&D용 시설·장비 투자’의 국내 세액공제율(1%)이 미국(25%)의 2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지었다면 5조원을 돌려받지만, 한국에 세운 탓에 2000억원만 공제받는다는 얘기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최대 15%를 깎아주지만 ‘사업용’이 아닌 R&D용 시설·장비에는 그만큼 공제해줄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산업계에선 “차별적인 공제율만 보면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할 미래 투자 대신 당장 돈벌이가 되는 생산시설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근시안적 정책이 반도체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11일 발의하는 반도체특별법에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요청해온 ‘반도체 R&D 시설·장비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조항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은 현재 1%인 관련 세액공제율을 일반 반도체 생산시설(15%)만큼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일반 반도체 생산시설은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지정돼 15% 공제를 받지만, R&D용 시설·장비 투자는 기본공제율(1%)을 적용받는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짓기로 한 기흥 R&D 단지의 세금 감면액이 2000억원인 이유다. 같은 돈을 평택 반도체 공장에 투입했을 때 받는 감면액(3조원)의 15분의 1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R&D용 시설·장비 투자야말로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해외만큼은 안 되더라도 최소한 생산시설 투자만큼 공제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R&D용 설비 투자에 25%, 대만은 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