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빼곤 안 샀다…'코스피 대형주' 외면하는 큰손들

입력 2024-11-10 17:25
수정 2024-11-11 01:15
국내 증시를 지탱해온 시가총액 대형주가 외국인과 기관들에 외면받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 중심의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 종목이 저조한 주가 흐름과 함께 선호 리스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투자심리 회복은 연말까지 어렵다는 전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 10위권 중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 상장사는 SK하이닉스(4728억원·시총 2위)가 유일했다. 지난 9월(4개), 10월(2개)에 이어 내리 감소했다. 반면 이달 순매도 10위권은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전자우 KB금융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시총 10위권 상장사가 절반을 채웠다. 지난 3개월간 순매수 상위권을 지켜온 종목들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순매수 1등도 바뀌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번갈아 가면서 차지했는데 지난달엔 고려아연(3473억원), 이달엔 하이브(623억원)로 달라졌다.

‘큰손’ 외면 속에 주가도 꺾였다. 시총 10위권 상장사의 최근 한 달간 주가 하락률 평균은 -3.19%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1.46%)보다 떨어졌다. 현대차 하락폭(-17.28%)이 가장 컸다.

미국 대선이 투심을 뒤흔들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강화 정책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제조업 중심의 시총 상위주가 발목을 잡힐 것이란 우려가 많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2018~2019년 트럼프 당선인이 야기한 미·중 무역분쟁과 기습 관세로 국내 증시가 고전한 선례가 있다”며 “당시 글로벌 펀드들이 돈을 빼며 주요 구성 종목이 함께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실적 악화도 겹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165개 상장사 중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3곳 추정치 기준)를 10% 이상 밑돈 곳은 57개(34.55%)에 달했다. 특히 시총 10위권 종목 중 삼성전자(-14.74%)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시총 5위 현대차(-7.47%), 8위 기아(-7.44%)도 기대보다 저조했다.

외국인은 시총 상위주를 파는 대신 방산주, 조선주, 바이오주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이달 외국인은 방산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1265억원)와 한화시스템(1021억원), 조선의 삼성중공업(1167억원)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알테오젠(1067억원), 엔켐(763억원) 등 코스닥시장 바이오 기업도 매수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진 방산·조선·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등 기존 주도주가 힘을 받되, 연초에는 저평가 메리트가 있는 대형 반도체주부터 조금씩 반등할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