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쌓이는 강동구?…"빌라·오피스텔 탓"

입력 2024-11-10 17:16
수정 2024-11-11 01:12
지난 9월 서울 전체 미분양 물량 세 채 중 한 채가 강동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덕아르테온, 고덕그라시움 등 대형 단지가 최근 꾸준히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강동구 신규 분양 단지의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론 ‘통계 착시’로 인한 미분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미분양주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 969가구 가운데 31.8%인 309가구가 강동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역시 251가구로 서울 전체 물량(537가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일각에선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로 불릴 정도로 강동구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 선호도가 높아져 분양가가 강남 못지않게 높아진 게 미분양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강동구에서 미분양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8월 분양한 아파트 ‘그란츠리버파크’ 전용면적 84㎡ 최고 분양가는 19억4900만원이었다.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인 ‘래미안강동팰리스’(2017년 7월 입주) 전용 84㎡가 지난달 13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5억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하이엔드(최고급) 아파트로 짓는 데다 초기 계약 후 최근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개별 단지의 특수성이 부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동구 전체 시장 상황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통계 착시가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업체별 미분양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월 30일 기준 강동구 미분양 단지 309가구 중 대부분은 빌라, 오피스텔, 복층형 원룸 구조로 지어진 초소형 아파트였다. 특히 5년 전인 2019년에 분양 승인이 났거나 입주 예정일이 2020년인 곳도 있었다. 대부분 2~5년째 해소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주택이다. 이 중 ‘에스아이팰리스 강동 센텀Ⅱ’는 인근 단지보다 1억원가량 저렴했음에도 1월 총 80가구 중 절반 이하만 계약이 이뤄졌다. 분양가 상승이 미분양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강동구 입주 물량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영향으로 1만6685가구에 달한다. 내년에는 1685가구로 올해의 10%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내 새 아파트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강동구는 비규제지역이라 실거주 의무와 재당첨 제한이 없어 투자금 회수가 비교적 쉽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천호역, 강동역 일대는 천호·성내재정비촉진지구, 천호뉴타운 등이 진행 중이어서 정주 여건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라며 “강동구는 입지 여건이 좋아 앞으로도 수요자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