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7억원·전용면적 84㎡)보다 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6억원 정도는 유지됐거든요. 그런데 경매에서 5억원에 낙찰되니까 다들 술렁일 수밖에요.” (경기 평택 고덕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대출 규제와 매수 심리 위축이 심해지자 경매시장에서 인기 투자처인 수도권 아파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0%대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10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아파트 낙찰가율은 87.4%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도 79.8%에 머물며 지난 6월 이후 넉 달 만에 80% 선을 밑돌았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혀 입찰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낙찰가율도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높다. 하지만 9월부터 시중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는 등 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수도권 일대 아파트도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용인 처인구 마평동 B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감정가 2억6200만원의 73.6%인 1억9200여만원에 팔렸다. 남양주 화도읍 C아파트 84㎡는 지난달 2억3900여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은 71.6%에 머물렀다. 모두 경기 낙찰가율 평균(87.4%)을 밑도는 가격이다.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조차 저조한 낙찰가율을 나타냈다. 평택 내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고덕국제신도시 단지도 마찬가지다. 고덕동 D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감정가(6억4500만원)의 77.7%인 5억1000만원에 팔렸다. 한때 최고가가 7억2000여만원(2022년 1월)이었던 물건이다.
낙찰가율이 내리는 추세지만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은 시중 급매보다 저렴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계속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의정부 장암동 E아파트 전용 42㎡는 지난 6일 감정가(2억1800만원)의 73.4%인 1억6000여만원에 매각됐다. 응찰자가 40여 명 몰렸다.
경매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거래 감소와 가격 상승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율 하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